융합이라는 그럴듯한 단어와 4차 혁명이라는 더 그럴듯한 주제로 세상은 전쟁터로 바뀌었다. 기존의 가치관과 기준점은 목표를 상실한 미사일처럼 비실비실 허공을 맴도는 허탈함만이 가득한 곳이 되어버렸다. 마음의 양식이라던 종이책은 소수의 애착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그나마 몸의 양식인 먹거리의 인기에 비하면 택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먹거리에도 융합과 4차 혁명이 진행 중이다. 기존에 그렇게 추억하고 따뜻해하던 엄마의 손맛은 잊혀져가고 눈으로 먼저 먹는 먹거리가 유행이다.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정치인들뿐 아니라 유희를 선사하는 연예, 스포츠인 들도 먹거리밥상에 불려나와 요상한 비음을 토해내며 엄지손가락을 서슴없이 치켜든다. 이런 시대에 무슨 먹거리의 정통성과 국적을 따지느냐 하겠지만 몸의 양식인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절실해지는 시대라 생각해보기 때문이다. 먹거리에는 맛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만든 이의 사랑과 식탁에 둘러앉은 관계와 함께하는 시간과 그것들이 만들어주는 추억이라 불리는 평생의 이야깃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밥상머리교육이라는 말이 있다. 단순하게 짭짭거리며 소리 내지 말고 먹으라거나 밥풀을 흘리지 말라는 교육이 아니다. 거의 유일한 가족의 세대 간 눈 맞춤과 공통분모를 가진 대화를 통해 지혜의 전달과 전통의 학습을 통해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밥상머리 교육의 본질이다. 이제는 꿈같은 일이고 꼰대들이나 생각하는 환상일 것이지만 누구랄 것 없이 필요하고 갖고 싶은 것 중 하나 일 것이다. 혹 입 밖으로 내면 친구들에게까지 시대에 뒤떨어진 늙은이 같은 소리를 한다는 핀잔이 두려운 까닭에 속으로만 앓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저 애나 어른이나 남들의 눈치 보기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며 좋아요 와 구독을 통해 내편의 숫자세기에 정신이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까닭에 어릴 적 그렇게 많이 먹었던 마음의 양식이 소화가 다 되어버렸는지, 현재 유행하는 말초적인 말투를 따라하고 먼저, 자주 사용하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말이나 글을 보면 그 사람의 나이와 연륜과 학식이 구분이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막말이든 욕이든 관심만 받을 수 있다면 어떤 말이든 서슴치 않는 스트롱맨이라는 자들이 지구촌의 지도자로 변신하여 매일 뉴스에 등장하니 밥상머리교육이 아닌 미디어교육의 효과를 톡톡하게 경험하는 중인 것이다. 심지어 필자가 활동하는 글씨를 직업으로 쓰는 사람들마저 생각 없이 조악한 단어로 만든 문장을 작품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국어사전처럼 정확하고 표준적인 단어와 문장을 구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언어란, 시대를 반영하는 유행적인 시간과 비판이 담겨진 살아있는 생물과 같기 때문이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이 있음을 알아야하고 그 정신의 표현과 존재의 확인은 언어와 글로서 충분히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최근, 어느 장관의 공개적인 언어를 보면서 그것도 실실 웃어가며 뱉은 언어의 품질을 보면서 그 내용은 차제에 따지더라도 어린 학생들도 저렇게는 비아냥거리며 말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장관을 편든답시고 일부 의원들의 언어를 보면 과연 이 분들이 우리들의 지도자들이며 우리를 이끌어가고 있는 리더 들인가 하는 의문이 들며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언어라는 것은 사회적 지위와 나이, 학식과 지혜까지 모든 것을 담은 최후의 표현이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기대 할 수 없는 이들에게 무엇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영을 거역했으니 잘 봐달라고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직업의식도 없는 싸구려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그에게는 최선이었을까.

 

유현덕 한국갤리그래피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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