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자기다운 방법을 찾아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화가들에게 고행에 가까운 일이다. 그 험한 길을 기꺼이 즐기는 사람이 있다. 그 길이 자신의 즐거움이라고까지 하니 요즘 보기 드문 작가다.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작업하는 최경락의 작업실은 수원 비행장 부근이다. 스스로 그림 공장이라고 간판까지 턱하니 걸어두고 있으니, 별난 사람이다. 제트기 소리와 새떼들의 근접을 막으려 쏘아대는 총소리까지, 어마어마한 소음을 안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작업하는 그를 주변에서는 수원의 피카소라 부른다.

한국화를 전공한 최경락의 하루하루는 늘 새롭다. 화단을 벗어나 단순하고 원시적인 삶의 방식들을 이상화하려는 노력과 작업의 폭넓은 접근 방식 또한 그렇다. 작가가 말하는 ‘징검다리’는 그의 생활 속에 배어있는 것이다. 그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생활의 소중한 단편을 자신의 것으로 선별해서 그것들을 캡슐에 담아두는 일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그리고 언제나 성실한 자세로 작업한다. 그림에 무엇을 어떻게 담느냐가 언제나 풀어야 할 숙제라는 최경락의 작업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엄청난 소음과 작품마다의 팽팽한 세력이 더해진 작가의 작업실. 그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작품들의 목소리 또한 모두 특별하다.

징검다리 #2018, 122x160cm, 한지위에 먹, 아크릴릭, 2018(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사진=최경자화가
징검다리 #2018, 122x160cm, 한지위에 먹, 아크릴릭, 2018(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사진=최경자화가

최경락 작품의 뿌리는 한국화다. 한국화에서 먹의 답습은 진부하고 식상하다는 말을 항변이라도 하듯 작품 ‘징검다리 #2018’은 먹을 녹여서 자유롭고 새롭게 표현했다. 언뜻 보면 추상화에 가깝다. 화선지 위의 미세한 붓놀림은 선이 얽히는 공간 속에서 그리고, 지우고, 지움으로서 비우는, 반복적인 행위를 거쳐 그 속살을 드러낸다. 미술의 진정성이 바로 여기 있다는 최경락은 ‘인간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습성과 억압된 상실감에서 벗어나려는 습성 사이를 징검다리처럼 오간다. 나는 이러한 인간 내면의 갈등과 상실감의 흔적을 화면의 인물을 통해 표현하려 한다’ 고 말한다. 우리 화단이 안고 있는 단색화 부재의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을지 희망을 가져보게 하는 작품이다.

이번 징검다리 작업들은 먼저 화선지 위에 부정형의 물체를 그리는 행위로부터 시작된다. 생명의 근원이요 몸짓이라고 말하는 행위를 이미지로 그리고, 붓질로 다시 지우는, 반복적인 수행 과정을 거치면서 우연의 요소들이 작업을 완성해 나간다. 의도적인 부정형의 섬세한 붓질이 차곡차곡 쌓이다가 흐트러지는 상태의 반복이다. 반대되는 관점을 동시에 가지는 그의 작품은 유혹하는 오브제 같다. 먹의 본질적인 정신은 태어나기 이전의 나의 모습처럼 느껴진다는 최경락이 새로운 수묵의 확장자인 것은 틀림없다.

최경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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