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부터 2주 동안 두바이 엑스포 시티에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총회는 ‘지속가능한 기후 미래를 위해 단결하고 행동하고 실천하자’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는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 대응 전략들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구온도 상승을 1.5도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이를 입증하듯 올해 11월에는 역사 이래 처음으로 지구온도가 2도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대로 탄소배출이 이루어지면 2030년 이전에 1.5도에 도달하게 될 것이고, 2015년 파리기후협약 당시 목표였던 2100년에 2도로 억제하겠다는 계획도 달성되기 어렵게 된다. 과학자들은 2도를 넘게 되면 되돌릴 수 없는 선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협력과 단결은 요원한 듯 보인다. ‘글로벌 공유지의 비극’은 이미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인류가 이렇게 파국을 맞이한다면 너무 허무한 일이다. 어떻게 하든 간에 이 난국을 극복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요.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이요 살아있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미래를 그려보자. 우선 해를 거듭할수록 기후위기 현상은 우리 삶을 옥죄어 올 것이다. 올해도 상상하기 힘든 기상이변을 경험했다. 그런데 이것이 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악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앞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정책은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이것을 외면하는 국가가 있다면 아마도 국제사회의 몰매를 맞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다. 1인당 탄소배출량이 세계 2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성 있게 탄소감축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산업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기업들의 탄소배출을 은근슬쩍 눈감아주던 정부지만 이제는 국제사회의 규제망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이 탄소감축을 강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의 탄소감축 정책은 대부분이 주요 배출처의 규제에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진정한 탄소감축은 우리 모두가 가치관의 변화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모두가 탄소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탄소감축이 이루어질 수 있다. 수요가 감소해야 공급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행동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고탄소경제는 지금의 경기침제 국면을 벗어난다고 해도 회복되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까 과거처럼 경기회복 국면에서 오히려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고탄소경제가 저물면 그 다음은 저탄소경제의 등장이고 이들의 성장속도는 기후위기 상황과 맞물려 급성장할 것이다.
기후기술기업들의 등장도 주목해야 한다. 각국 정부가 이들의 성장을 통해 탄소감축을 이루고자 한다면 이들의 성장은 가속화될 것이 틀림없다. 이런 발전에 불을 지피는 기름은 역시 돈이다. 돈이 몰리면 산업은 급성장한다. 기후기술기업, 저탄소산업에 돈이 몰리게 하려면 이들을 족집게처럼 구분하고 이들에게 돈이 제대로 흘러들어가게 하는 수단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탄소상쇄권, 또는 탄소크레딧이 될 것이다. 이미 유럽에서의 탄소상쇄권의 가격은 톤당 10만 원 정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만 원 남짓이다. 전 세계적인 추세로 본다면 이와 같은 탄소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탄소에 투자하면 할수록 저탄소경제가 살아나고 기후기술의 상용화가 가속화되고 결과적으로 탄소감축이 가속화되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이제 탄소자산은 가장 핫한 아이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이 미미한 상황이지만 이를 제대로 구축한다면 몇 년 전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듯이 탄소자산 광풍이 들이 닥칠지 모른다. 항상 경제위기가 닥치면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여 경제를 견인했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본다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기후기술에 전 인류가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탄소자산에 과감한 투자는 필연적일 것이다. 더욱이 인류가 퇴로가 없는 게임을 벌이고 있어 더더욱 과감해 질 수 밖에 없다. 이제 이러한 탄소자산시장을 여하히 창조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기회를 얻고 또한 인류를 위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탄소자산 광풍이 분다면 과열 될수록 인류에게 이로운 일이 될 것이다. 탄소자산시장의 광풍이 힘차게 들이닥치길 기대해 본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