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123번: 화성 새솔~안산 탄도

중부일보는 경기지역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를 타고 31개 시·군의 관광명소, 전통시장 등 가볼만한 장소나 재미있는 정류장, 특이한 노선을 소개하고자 한다. 2024년 올 한 해 동안 경기도 곳곳을 다니며 만나는 지역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지역의 명소를 조명한다. 연중기획으로 한 달에 한번 소개되는 ‘버스타고 한 바퀴’의 시작은 지난 6일 찾은 화성시 새솔동에서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을 오가는 123번 노선이다. 

화성 새솔동과 안산 선감동을 오가는 123번 버스. 사진=안산시청
화성 새솔동과 안산 선감동을 오가는 123번 버스. 사진=안산시청

근대 대중교통의 개념을 확립한 버스는 많은 인원이 승차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모든 이를 위한’이라는 뜻의 라틴어 옴니버스(Omnibus)에서 의미를 따온 단어로 19세기 초반부터 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내는 물론 다른 지역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버스는 시민들의 ‘발’이 되어준다.

노선도 다양해 등하교 및 출퇴근은 물론 근교 여행도 어렵지 않다.

‘버스 한 대 사 가지고 전국 팔도를 좋은 사람 불러 모아 돌아다녀 보자 꽃놀이 단풍놀이 띵까리 띵까띵까 세월이야 가든 말든’이라는 가수 박상철의 노래 ‘버스 한 대’의 노래 가사처럼, ‘저녁노을 고운 빛 따스하게 어깨에 내려오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창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죠’라는 가수 유정균의 ‘봄날, 버스 안에서’의 노랫말과 같이 버스는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일상 속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화성시 새솔동을 기점으로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탄도)을 종점으로 하는 123번 버스.

새솔동과 선감동에서 각각 오전 4시 50분, 5시 20분 첫차를 시작으로 20~40분 간격마다 이용객을 태우고 달리는 태화상운에서 운행하는 노선이다.

4호선 중앙역·초지역·안산역·오이도역을 거쳐 오이도입구-시화호조력발전소-방아머리선착장-구봉도입구-경기창작센터-바다향기수목원후문-탄도로 향한다. 왕복 운행거리는 115.9km에 달한다.

시내에서 대부도로 갈 수 있는 123번 버스를 타면 시화호방조제를 달리는 대부황금로를 지나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호조력발전소와 방아머리해변, 우리나라 중부 도서 해안 식물을 중심으로 약 1천여 종류 30여 만그루의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는 바다향기수목원을 갈 수 있다.

여행길 끝에는 서해안의 갯벌 생태계와 어촌 주민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어촌민속박물관과 안산 9경 중 하나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일몰 명소인 대부도 탄도항 누에섬이 자리해 있다.

지난 6일 찾은 안산 시화달전망대에서 시민들이 시화방조제를 비롯한 경관을 구경하고 있다. 신연경 기자
지난 6일 찾은 안산 시화달전망대에서 시민들이 시화방조제를 비롯한 경관을 구경하고 있다. 신연경 기자

◇자연의 변화와 빛의 에너지를 담아낸 ‘시화달전망대’=오이도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123번 버스를 타고 30분가량 11개 정거장을 지나면 시화호조력발전소에 도착한다.

시화호조력발전소는 안산시 시화방조제에 지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로 2004년 공사에 착수해 7년 만인 2011년 8월부터 일부 발전기에서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밀물 때의 낙차를 이용한 단류식 창조(漲潮) 발전으로 가동된다.

이곳 시화나래 조력공원은 바닷물을 이용해 만든 빛을 상징하며, 서해바다의 물결과 신재생에너지의 순환을 주제로 조력발전소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토사를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조성한 해상공원이다.

색유리 수십만 개를 모자이크로 장식해 왼쪽은 겨울, 정면은 봄, 오른쪽에는 가을, 뒷면은 여름의 풍광을 표현한 조형물 ‘빛의 오벨리스크’는 자연의 변화를 담아냈다.

드넓은 서해바다를 경관으로 이야기산책로와 파도소리쉼터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고, 시화지역의 랜드마크 시화달전망대에 오르면 시화호와 서해를 조망할 수 있다.

지난 6일 찾은 시화나래 조력공원에 설치돼 있는 조형물 ‘빛의 오벨리스크’. 신연경 기자
지난 6일 찾은 시화나래 조력공원에 설치돼 있는 조형물 ‘빛의 오벨리스크’. 신연경 기자

달을 모티프로 만든 공간으로 달의 움직임에 따라 풍경이 바뀌는 시화달전망대는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최고층인 25층에 금세 도착한다.

한 발 내딛어 창밖을 보면 여의도 15배 규모의시화방조제와 조력발전소, 큰가리섬, 인천 송도와 서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달전망대에서는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 입구를 잇는 길이 12.7km 시화방조제도 내려다보인다.

새해 첫 주말을 맞아 가족, 연인, 친구들과 나들이 온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구경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12월 희망 찬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전망 좋을 여행’을 테마로 안산 달전망대를 추천하기도 했다.

전망대 옆에는 시화호의 역사적 상징, 지리적 특수성을 소개하는 시민의 문화공간인 시화나래 조력문화관도 위치해 있다.

조력 발전의 원리, 달, 물, 생명, 에너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체험형 전시물이 있다. 다만, 현재는 리모델링으로 인해 휴관 중이다.

경기창작센터 인근에 위치해 있는 선감학원 역사 순례길의 모습. 신연경 기자
경기창작센터 인근에 위치해 있는 선감학원 역사 순례길의 모습. 신연경 기자

◇버스타고 떠나는 경기창작센터·선감역사박물관=오이도역에서 123번 버스를 타고 43개 정거장을, 시화호조력발전소 정류장에서는 32개 정거장을 지나면 경기창작센터에 도착한다.

경기창작센터는 레지던시 기반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창의적인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지역연계 프로젝트를 통해 도민에게는 문화적 삶을, 예술가들에게는 지역 특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곳은 지난 1995년 설립한 도립직업전문학교를 리모델링해 2009년에 개관했으며, 총 7개 건물 연면적 1만6천㎡의 규모이다.

올해 재개관을 목표로 창작 스튜디오 3동 건물 철거와 4개 건물(전시사무동·공방동·교육동·섬마루 강당)이 새롭게 리모델링될 예정이며, 창업·창직 단체 사무공간과 갤러리 카페, 생활문화 메이커 스페이스 등도 마련된다.

특히 경기창작센터는 일제강점기에 선감학원이 자리했던 슬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경기창작스튜디오 1층에는 선감도에서 40여 년간 운영된 소년 강제수용시설 선감학원(1942~1982)의 아픈 역사를 알리고 기억하기 위한 공간인 선감역사박물관도 마련돼 있다.

선감학원은 1942년, 조선총독부가 일제강점기 감화원 시설로 선감도에 거주하던 주민 400여 명을 다른 곳으로 강제 이주시킨 후 설치한 시설이다.

인근에는 당시 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선감학원 역사 순례길도 조성돼 있다.

아쉽게도 오는 3월까지는 휴관이므로 선감학원의 명확한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그 이후에 찾아보는 게 좋을 듯하다.

지난 6일 찾은 123번 버스 종점인 탄도항에서 바라본 일몰. 신연경 기자
지난 6일 찾은 123번 버스 종점인 탄도항에서 바라본 일몰. 신연경 기자

◇탄도항에서 안산어촌민속박물관 구경하고 일몰까지 즐겨요=경기창작센터에서 바다향기수목원 후문, 청소년수련원을 지나자 길을 따라 바람개비가 길게 늘어선 경기둘레길 49코스에 다다랐다.

종점을 두 정거장 앞둔 불도, 정문규미술관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자 버스기사가 ‘탄도 가는 거 맞아요?’라고 물었다.

텅 빈 버스에 혼자 앉아 두 정거장을 지나니 종점이자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린다는 탄도항에 도착했다.

탄도항에는 점차 사라져 가는 어민들의 삶과 문화를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건립된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총 3개의 상설전시실이 운영되고 있으며, 경기만과 대부도를 중심으로 한 갯벌의 생태환경, 어업문화, 대부도 지역의 유물 및 생활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6일 찾은 123번 버스 종점인 탄도항에서 바라본 일몰. 신연경 기자
지난 6일 찾은 123번 버스 종점인 탄도항에서 바라본 일몰. 신연경 기자

로비에 마련된 대형수족관은 서해에서 서식하는 주요 어종 및 까치상어를 관찰할 수 있다.

또 로비 한편에서는 내가 그린 그림으로 갯벌과 바닷속을 꾸밀 수 있는 AR컬러링 미디어아트 전시도 진행된다.

6일 오후 5시 20분 일몰시각에 다다르자 탄도항 누에섬에는 해가 지는 모습을 보러 온 도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23번 버스의 종점 탄도항에서 만난 40대 주부 한모씨는 두 딸의 손을 꼭 잡으면서 "새해 첫 주말이라 가족들과 드라이브 겸 일몰을 보러 왔다. 일몰을 보면서 올해도 무탈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을 소원으로 빌었다"라고 말했다.

신연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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