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일보는 경기도 내에서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타고 관광명소, 전통시장 등 가볼만한 장소나 재미있는 정류장, 특이한 노선을 소개하고 있다. 경기도 곳곳을 다니는 버스에서 만나는 지역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지역의 명소를 조명한다. 연중기획으로 이어지는 ‘버스타고 한 바퀴’의 두번째 순서의 주인공은 대학시절 MT의 추억을 담고 있는 군포시 금정역과 화성시 제부도를 오가는 330번 노선이다.

사강시장에 늘어선 수산물거리의 모습. 사진=임창희기자
사강시장에 늘어선 수산물거리의 모습. 사진=임창희기자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대학생활을 추억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은 아마도 MT가 아닐까.

버스나 기차를 타고 친구와 선배, 후배들과 함께 떠났던 MT에서 느낀 설렘과 즐거움은 누구에게나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추억이다.

경기도 북부에서는 가평, 청평 등이 MT의 성지로 꼽히고,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는 단연 화성시의 제부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많은 이들의 추억이 깃든 제부도 입구와 전철 1·4호선 환승역인 금정역을 오가는 330번 버스.

금정역과 제부도입구를 연결하는 330번 버스. 사진=임창희기자
금정역과 제부도입구를 연결하는 330번 버스. 사진=임창희기자

화성시 서신면 장외리에서 오전 4시, 금정역에서는 오전 5시 50분에 첫 버스가 출발하는 제부여객이 운영하는 노선이다. 예전에는 좌석버스 노선이어서 빠르게 제부도까지 갈 수 있었지만 몇 년 전 시내버스로 변경돼 지나는 모든 정류장에 정차한다.

군포시를 가로지르는 47번 국도를 따라 달리는 버스는 안산 반월역을 지나 비봉, 남양을 거쳐 제부도로 향한다. 이 노선의 운행구간은 약 93㎞에 이르며, 금정역에서 제부도입구까지 1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여러 기록상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운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노선은 제부도 입구로 가는 몇 안되는 시내버스로, 요즘도 이 버스로 MT를 떠나는 대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아직 서해선 전철 노선이 개통되지 않은 화성시 서부지역 주민의 이동을 돕는 중요한 노선 중 하나다.

금정역에서 330번 버스를 타고 30분쯤 달리면 서해안고속도로 매송IC 인근의 ‘푸른들판로’로 들어서는데, 도로의 이름처럼 넓은 들판이 차창 밖에 모습을 나타낸다.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멀리가지 않아도 넓게 펼쳐진 들판을 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330번 버스는 화성시 외곽의 작은 마을들을 여럿 지나는데 정류장은 간단한 표지판 하나만 있는 곳도 많아 고즈넉한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남양성모성지의 성모상. 사진=임창희기자
남양성모성지의 성모상. 사진=임창희기자

◇한국 천주교회의 첫 성모 성지=금정역에서 330번 버스를 타고 출발한지 40분쯤 지나면 남양성지 정류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내려 바로 앞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면 화성 8경 중 하나인 ‘남양성모성지’에 들어갈 수 있다.

남양성모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당시 많은 순교지들이 피 흘리며 죽어간 무명 순교지다. 이곳은 다른 지역에 있는 순교지와는 달리 무명 순교자들의 치명터였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방치돼 있다가 1983년부터 성역화가 이뤄졌다. 신자들의 작은 정성들로 가꿔지던 남양성모성지는 1991년 10월 7일 한국 천주교회의 사상 첫 성모 순례지로 공식 선포됐다.

성지에 들어서면 현재 펜스가 둘러쳐진 공사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조금만 시선을 옮기면 아름답게 잘 가꿔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남양성모성지에는 대형묵주알, 그리스도왕상, 성모동굴, 오솔길 소자상, 요셉성인상 등이 있으며, 길을 따라 걷다보면 성모 마리아의 품처럼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제부꼬리길. 사진=임창희기자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제부꼬리길. 사진=임창희기자

◇싱싱한 서해 해산물 만나보세요=성지를 나와 다시 버스에 오르면 남양6리, 두곡리, 삼존리 등 여러 마을을 지난다. 버스가 지나는 길목에는 고층 건물이 많지 않고, 낮은 층수의 건물과 단층 주택들이 주로 보인다. 마을 입구 정류소에 정차할 때마다 두어명의 주민들이 시장 바구니를 들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화성시의 마도농산물재래시장과 사강시장 두 곳의 시장을 지난다. 버스를 3분의 2쯤 채웠던 승객들도 대부분 이곳 시장에서 내린다.

사강시장 정류소에서 내리면 각종 수산물들이 펼쳐져 있는 매대와 횟집들이 늘어선 거리를 볼 수 있다.

1980년대에 자리잡은 사강시장에서는 인근 서해안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2일과 7일마다 열리는 5일장에는 300여 노점상들이 늘어선다. 장날이 아니더라도 물메기를 비롯한 생선과 왕새우, 조개류 등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고, 시장 뒷길의 작은 비닐하우스에서는 굴을 까는 상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말에 장이 열리면 수원 등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몰리는 인기 시장인 만큼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매바위 광장의 제부도 표지. 사진=임창희기자
매바위 광장의 제부도 표지. 사진=임창희기자

◇바다가 열리는 신비의 섬 제부도=사강시장에서 좌석 대부분이 비어있는 버스를 타고 20분쯤 달리면 제부도입구 정류장에 도착한다.

정류장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버스를 타고 MT를 오는 대학생들을 섬에 들어가기 전에 여기서 장을 많이 본다"면서 "예전에는 금요일부터 토요일에 많이들 왔는데, 요즘은 평일에 더 많이 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도로는 밀물때 바다에 잠기기 때문에 제부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물때’를 알아보고 가야한다.

미처 확인하지 못했더라도 따로 검색하지 않아도 지나오는 버스정류장의 전광판에서 제부도 길이 열리는 시간이 안내되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제부항 빨간 등대. 사진=임창희 기자
제부항 빨간 등대. 사진=임창희 기자

제부도입구 정류장에서 3분쯤 걸으면 제부도로 들어가는 바닷길을 만날 수 있다. 이 바닷길은 약 2.5㎞로, 걷는데 자신있다면 도보로 이동해도 되고, 제부도입구 정류장에서 약 한시간마다 운행하는 H50번 마을버스를 타도 된다. 길이 바다에 잠겨있다면 H50번 마을버스로 전곡항으로 이동해 서해랑 케이블카를 타는 방법도 있다.

제부도에 들어서면 왼쪽과 오른쪽으로 길이 나뉘는데, 오른쪽 길을 따라가다 보면 빨간 등대가 있는 제부항이 나온다. 이곳에서 해안을 따라 나 있는 둘레길 ‘제부꼬리길’로 들어갈 수 있는데, 여기서는 해식절벽과 차별침식지형 등 자연이 만들어낸 지질명소가 눈에 들어온다.

탑재산을 올라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제부꼬리길을 완주해도 좋고, 중간에서 제부해변길로 발걸음을 옮겨도 좋다. 1.5㎞ 거리인 제부해변길 주변에는 서해바다에서 잡은 바지락을 넣고 끓인 칼국수를 파는 식당들이 줄지어 있으니 한 곳을 정해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도 필수다.

제부해변길 끝자락에서는 파도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기둥모양의 ‘매바위’를 조망할 수 있다. 썰물로 갯벌이 드러나 있다면 걸어서 매바위에 가까이 갈 수도 있다.

매바위광장에는 예쁘게 만들어진 제부도 표지도 있으니 인증샷을 남기는 것도 잊지 말자.

지난 26일 오후 매바위광장에서 만난 네 식구의 가장 김선태 씨는 "아이들과 바다도 보고 글램핑도 해보려고 연차를 내고 안양에서 왔다"며 "제부도에서 보는 일몰도 멋지다는 이야기를 들어 꼭 시간 맞춰서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창희기자


 

관련기사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즉시제보 : joongboo.com/jebo
▷카카오톡 : 'jbjebo'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사회부) : 031-230-2330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에서도 중부일보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