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을 요구하였으나, 임대인이 직접 거주하겠으니 집을 비워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집주인이 실제 거주할 의사도 없이 임차인을 내보내려는 것으로 보여 억울하기 짝이 없어요."
이것은 어느 주택임차인의 하소연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임대인은 2019년 1월 21일경 임차인과 사이에 문제의 주택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 6억3천만 원에 2019년 3월 8일부터 2021년 3월 8일까지 임대차기간을 정하여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임대인은 2020년 12월 17일경 임차인에게 임대인이 위 주택에서 거주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위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임차인은 2020년 12월 22일경 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갱신을 청구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하지만 임대인은 2021년 1월 4일경 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 기간만료 후 임대인이 실제 거주할 계획이라면서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하였다.
위 사안에 있어서 쟁점은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갱신요구권이 유효하여 임대차계약이 연장되어 존속되느냐 아니면 임대인의 임대차계약 갱신요구에 대한 거절권이 적법하여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다고 볼 것이냐에 있다. 서로의 의견이 대립되자 결국 위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다는 전제하에 건물인도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분쟁이 발생하게 된 계기는 2020년 7월 31일 법률 제17470호 개정으로 신설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 3 제1항에 있다. 즉, ‘제6조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이 제6조 제1항 전단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8호에서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 중 하나로 들고 있다.
위 사건의 항소심 법원은 심리 끝에 임대인의 실제 거주의사에 개연성이 있고 그러한 의사와 명백하게 모순되는 행위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임대인의 계약갱신거절이 적법하다고 보아 임대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7일에 원심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 3 제1항 단서 제8호의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환송 판결(2022다279795)을 선고하였다.
대법원 판결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임대인이 목적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 그러므로 임대인이 임차목적주택에 실제 거주한다는 이유로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하려면 그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므로 실제 거주한다는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을 주장·입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임대인이 드는 사정만으로는 임대인이나 임대인 부모가 임대차계약의 목적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인정하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살피건대, 위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는 임차인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하여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임대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임차인과 임대인의 이익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는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인정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임대인 입장에서는 종전 2년의 임대차계약 기간이 4년으로 연장되는 사실에 깜짝 놀라 임대차보증금을 인상할 계획을 세우고 위 사건의 경우처럼 계약갱신요구에 대한 거절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오히려 계약당사자 간 분쟁을 발생시키는 촉발제가 된 셈이다. 결국 위 법의 시행을 앞두고 주택임대료가 폭등함으로써 임대인은 한 번에 더 많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게 되고 반대로 임차인은 주거에 있어서 더 불안정한 처지에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법을 만들 때에는 시장경제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심리, 주택임대보증금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기관의 금리, 주택의 공급·수요현황, 세금·공과금 부담 등 제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입법이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입법정책에 있어서 선량한 동기로써 나쁜 결과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것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위철환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