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기업 경영의 핵심 전략 요소가 되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규제와 제도가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값싼 에너지를 공급받아 온 기업들이 이제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에너지가 화석연료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것인지를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글로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RE100 연합에 우리 기업들도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RE100은 기업들이 2050년까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국제적인 기업연합이며, 현재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기업 등 400여 개 정도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40여 개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다. 현재는 주로 자사 위주로 RE100을 추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공급망에 연결되는 납품업체까지도 RE100 참여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시흥공단의 한 기업이 유럽의 거래처가 요청한 RE100 추진계획을 무시했다가 20년간 이어져 온 거래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일은 앞으로 대부분의 중견 중소기업에도 큰 위협요소가 될 것이다. 공급망의 강력한 요구도 문제지만 소비자들의 압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RE100을 실천할 만한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가장 적당한 대안이 될 수 있는 해상풍력의 경우 정부의 제도나 지원이 매우 미흡하다. 2030년 14.3GW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 운영 중인 해상풍력 설비용량은 0.1245GW이며 시공 중인 것을 포함해도 0.5GW도 안 되는 실정이다. 건설기간 및 준비기간이나 투자비용의 증가 등을 고려하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는 모든 것을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지역 주민과의 갈등해소, 전력망 문제, 설치 문제 등 여러 가지 난제들 때문에 시행이 매우 더디고 또한 중도에서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되고 있다. 해상풍력은 그 특성상 바다 위에 산업단지를 건설하듯이 해상풍력단지를 정부가 주도해서 건설하고 전력망까지 갖춘 후에 그 곳에 해상풍력발전소를 유치하는 형태로 가야 하는데 그런 정책이 매우 미흡한 상황인 것이다. 어찌 되었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RE100을 해야만 하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들까지도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것이 앞으로 대부분의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보고 대처해야 하며 신재생에너지 확충에 보다 적극적인 실행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목표만 높게 잡아서 될 일이 아니다. 만약 RE100을 이행하지 못해 공급망에서 제외되거나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면 그 책임은 기업보다는 정부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과거 정부가 산업단지 등을 조성해 산업을 육성했듯이 지금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한 해상풍력단지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 또한 소규모 분산발전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것도 부득이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점과 중준위, 고준위 폐기장이 아직 건설되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큰 논란거리다 하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정치권부터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찌되었건 간에 원자력 확대가 신재생에너지의 대안이라고 보기 보다는 두 가지 모두 병행해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목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들 몫이 될 것이고 그것은 국가경제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앞으로 생존 전략차원에서 RE100 또는 ESG경영을 반드시 이행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머지않아 기업들이 이러한 외부 위협에 직면하게 되면 정부에 대한 비난은 매우 거세질 것이다. 비난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때를 놓쳐 상당한 기업들이 이 때문에 큰 고통 받게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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