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음식점 한복판에 떡하니 걸려있던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은 이제 철 지난 유행가 가사다. 언제는 경제가 늘 좋았나만은 최근 경제가 안 좋아 영영 폐업을 한 것도 아니고 걸핏하면 문 걸어 잠그고, 그야말로 심심하면 재료소진으로 여기까지란 문구를 내미는 음식점이 수두룩하다. 대개 사회관계망에 올려진 맛집이란 곳은 이런 식이고 심지어 수십 미터 줄을 세우는 호기마저 부린다. 손님이 왕일 수 있겠는가. 기다리다 돌아선 손님이 열받아 한 마디 한 말이 기억났다. "나 원 같잖아서..."

맛집까지야 아니지만 총선이란 음식을 차려놓고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정당이나 손님으로 찾아야 하는 유권자들의 고민이나 민망함이 차고 넘친다. 모시는 편에서 죄다 국민을 앞에 놓고 입에 올리며 하는 말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그리고 국민을 위하는 그것이라지만 국민은 오늘 혼란스럽고 내일 놀라고 심지어 총선 코앞에도 색 바랜 족자 같이 기나긴 투표용지 표기방식조차 숙지하지 못해 차라리 투표를 제끼고 벚꽃놀이나 갈 생각에 차 있는지 모른다. 물론 마음 같아서야 작고한 법정 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 정도 흔들리지 않고 한없는 존경을 받으며 무조건적인 믿음을 주는 사람들을 대통령으로 모시고 싶지만 현실은 영 마뜩잖음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이런 ‘같잖다’에 사전은 제격에 맞지 않아 거슬리거나 아니꼽다는 버럭식 표현으로 적고 있다. 분명 이 말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단어다. 여기에 더해 확실한 무시나 상대를 순간 눌러 손아귀에 넣고 싶은 욕망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런 같잖은 정치인이 차고 넘치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이들 중에 그나마 덜 같잖은 사람들을 뒤져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직면해 있다. 지역마다 아빠찬스나 소위 ‘빽’으로 부를 불려도, 심지어 시선집중을 목적으로 한 앞뒤 맥락 없는 얘기들로 도배를 해도 일단 붙고 보자는 심사가 배어나오고 묻어 나온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남들과 다른 비상한 재주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냥 보기에는 무신경한 듯 혹은 모르는 척 넘어가려는 태도에 매달리는 상대 진영의 애씀이 안타까울 정도다. 나무라면 한 순간이라도 반성하며 인정하며 잘못이라도 빌어야 할 터. 분명 순서와 결과가 잘못됐다.

선거를 앞두고 여러 같잖은 얘기들도 곁들여지고 있다. 모든 의혹이 도대체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보태지면서다. 얼마 전까지 대통령 부인의 가방 얘기가 이자를 더 보태 유튜브를 발라내듯 채워졌는데 이제는 대통령의 의료계 대응을 총선재료로 구워먹고 삶아먹고 있다. 물론 선거 중 후보 간의 이런 같잖은 내용들은 사나흘 지나면 종결된다. 지난하기 짝이 없다. 특수부 검사이던 윤 대통령이 준비 없이 검찰총장을 거쳐 간단없이 대통령이 된 일까지 민주당이 모를 일이 아니다. 다만 이 상황에 대통령의 지지율을 빼고 더하는 여론조사가 정확하고 의미 있는지는 액면 그 자체로도 논리모순적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반박 또한 읽는 이들의 그만한 이성이나 상상에 맡기겠다. 소탈함 하나로 인기를 얻은 윤 대통령이다. 그런데 이후 변색됐다는 이유로 얻어터지고 갈라지고 있다. 처음처럼이란 인기 수식어는 소주병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정치나 일반인 함께 뭉뚱그려 도마에 올려진다. 그래서 대통령의 초심은 중요하다. 처음에 고개를 자주 돌려 정신없단 웃음거리로 남다가 이제는 건방짐으로까지 버려진 대통령은 사실 무조건 부족함이 없이 성장한 탓만은 아닐 것이다. 건들거린다는 걸음새까지 동원해도 다른 일급 정치인의 그것을 죄다 끌어내 보이면 막아질 내용 정도다. 그래서 지금의 이러한 식의 편견으로 같잖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른 한편에서 보기에 그저 분풀이에 가깝다.

입만 열면 상식과 정의를 바탕으로 또한 건설적이라는 비판으로 선거판을 조롱하거나 기존의 제도를 부정하며 개혁의 빌미로 유권자를 속이는 일들을 국민들이 모를 리 없다. 벌써 이와 비슷한 총선을 수도 없이 치러온 국민들은 정치 9단이다. 그래서 이미 정의를 노래한 정치인들이 지금 어떻게 부정의하게 살면서 선거판에까지 등장해서 휘젓고 다니는지도 목격하고 평가하고 있다. 자신들의 정권기간 내 정의를 입에 달고 다니던 사람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국회입성을 향해 어떤 일들을 하고 다니는지도 죄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선거판은 개인의 능력이나 됨됨이를 넘어 정당 선택에 기울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분명 갑질 하는 사람을 꾸짖고 을의 입장에서 여전히 고민할 줄 아는 선진사회다. 아직까지 약자편에 서 있는 사람이 많고 예전에 악법까지는 아니라도 문제가 있는 얘기들은 여러 방법들을 통해 적지 않게 바뀌고 있다. 다행한 일은 나라를 둘로 가른 이념 이외 다른 나라처럼 종교에 얽매어 치고받는 일이 없다는 현실이다. 더구나 정치의 경우 국민이 분노하면 대통령마저 잡아 당길 수 있는 법마저 우리는 지니고 있다. 심지어 총선을 앞두고 법원에 불려 다녀야 하는 야당 대표의 그것에 경위와 과정은 생략하고 안됐다는 동정론이 우선하는 국민들도 많다. 며칠 남지 않은 선거운동으로 식전부터 마이크 소음이 귀를 찌른다. 엉성한 여론조사를 놓고 결과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제는 그야말로 깜깜이 선거다. 수도권 상당수 지역이 다른 지역도 초박빙이라고 하지만 쉬운 말로 까봐야 안다. 분명한 것은 같잖은 사람을 골라내야 할 총선이 중간 평가로 정권 심판론으로 남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작고한 김동길 교수는 남긴 칼럼중에 정치와 나라의 미래에 그 답답함을 이렇게 적었다. "오 하나님, 이 나라를 구원하소서" 지금의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이렇다.

문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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