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연초록빛이고 꽃 천지다. 눈길 가는 곳마다 무더기무더기 만발한 꽃 때문에, 좀처럼 웃지 않는 나도 봄꽃 따라 미소 짓는다. 봄은 기쁨이고 행복이며 희망을 품게 한다. 연초록 잎사귀와 갖가지 색깔을 가진 꽃 덕분이다. 날마다 봄날 같은 마음의 꽃 웃음이 활짝 피어나는 것도.
특히 요즘 피는 봄꽃은 아기의 해맑고 천진한 웃음을 꼭 닮은 듯하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예쁘고 사랑스럽다. 봄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꽃을 닮아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이는 걸까. 해마다 봄철이면 봄꽃을 찾아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메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모습이나 표정이 꼭 봄꽃을 연상하게 한다.
현덕사 공양실에 큼지막한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솔뫼 정현식 서예가의 ‘심화돈발’이라고 한자로 쓰인 그림 같은 글씨이다. 뜻을 풀자면 마음의 꽃을 활짝 피우자는 뜻이다. 우리의 마음도 봄꽃 따라 활짝 꽃피운다면 세상은 더 없이 아름다우리라.
그런데 우리 현실은 안타깝게도 깜깜 절벽이라고 한다. 들리는 소리는 웃음소리가 아닌 한숨 소리뿐이다. 그런 중에도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부처님께서 깨달아 말씀하신 무상법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조건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인과응보라고 모든 결과는 우리가 짓고 만들어 우리가 그대로 고스란히 다 받는다. 이것이 인과응보의 이치이다. 나의 귀한 삶을 신의 뜻에 맡기고 운명대로 누군가의 뜻대로 산다면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오직 믿고 기도 하는 길 외엔.
하지만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에 가만히 앉아 기도만 해서는 얽히고설킨 삼 타래 같은 세상 일이 그냥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일체유심조라고 세상사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풀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인간에겐 무한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얽히고설킨 세상일이라 해도 한 가닥 한 가닥 풀어내면 언젠가는 깨끗하게 다 풀린다. 이처럼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다. 내게 세상사 이것저것을 얘기해주는 젊은 친구가 있다. 대뜸 물었다. 돈 많고 부자로 잘 사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그것이 뭔지 아느냐고. 쉽게 대답을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데, 젊은 친구는 무척 쉬운 거라고 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거란다. 뭐냐고 했더니 헛웃음이 나올만한 대답을 했다. 정리정돈이라고. 잘 사는 사람들의 주위가 항상 깨끗하고 모든 것이 깔끔하단다. 또 예의범절을 중요시 한단다. 자식들에게 엄격한 도덕성을 가르치고 심어 준다고 했다.
이것은 특별한 사람들만이 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익히고 배워 몸소 실천해야 할 일이다. 예전 내가 어렸을 때는 많은 가족들이 옹기종기 함께 모여 살았다. 한집에 사오육남매는 보통이었다. 그러니 각자 방도 쓸 수 없었다. 물론 개개인마다 쓰는 침대도 없었다. 침대를 대신한 요도 어른이 있는 집에나 깔고 잤다. 아이들이 많은 집에서는 이불이나 덥고 자면 그만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 날 아침 모습은 일어나 각자가 맡은 대로 이불을 개어 농에 넣거나 농 위에 반듯하게 올려놓은 것이다. 누군가는 빗자루로 방을 쓸었다. 그래야만 그 방에서 아침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옛 한옥집의 방은 활용도가 많았다. 잠을 잘 때는 숙소, 밥을 먹을 때는 식사방, 손님들이 와서 차담을 나누면 접견실이 된다. 그렇게 다용도로 쓰다 보니 항상 정갈하게 청소가 되어 있어야 했다.
미소 짓는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라 하였다. 어렵고 힘들수록 성난 표정보다 온화하게 웃음 띤 얼굴을 만들어 보자. 거울을 보며 억지웃음이라도 웃는 연습이 필요할 때이다. 웃는 얼굴로 복이 찾아온다고 했다. 오늘 하루도 웃음으로 시작하고 웃음으로 마무리 하자. 봄날 같은 마음의 꽃을 활짝 피우자.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