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분주히 가방이랑 옷을 챙겨본다. 왠지 모르게 어릴 때 소풍 가는 느낌으로 마음이 설렌다. 수원문화재단 앞에 8시에 출발이라 나는 7시 30분에 도착했다. 오늘은 누구랑 짝이 되어 갈까? 옆자리엔 나보다 3살 위인 같은 종친인 명곡 선생님과 앉게 되었다.

미리 준비한 떡이며, 물이며, 과일까지 회원들 몇 분이 찬조한 액세서리 등을 일회용 가방에 담아 나눠 주었다. 아침을 안 먹은 탓도 있지만, 과일이며 봄 향기 그윽한 쑥떡이랑 영양 찰떡, 또 현미 가래떡을 게 눈 감치듯 먹었다. 찬조하신 분들과 어제부터 준비한 임원들께 마음속 깊이 고마움을 느꼈다.

간식 먹고 휴게소 한번 들리니 정지용 문학관에 도착했다. 1902년 충청북도 옥천군 읍내면 향천리에서 4대 독자로 태어나 본관은 연일, 아명은 지용, 세례명은 프란치스코이다. 노래로도, 시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 향수인 '넓은 벌 동쪽 끝으로' 흥얼대며 문학관 안 벽에 붙은 사진이랑 전시된 시를 읽으며, 기념으로 지용 시인의 모형 옆에 다정히 앉아 사진도 찍었다.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로 정지용 시인의 업적을 문학관에서 자세히 만나게 되었다. 고향을 그리는 시들이 많았다. 1930년대의 한국 현대 시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시인, 시어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언어를 감칠맛 나게 썼다. 1902~1950년의 삶, 정지용은 18세에 소설을 쓰고, 34세에 첫 시 작품을, 40세에 시집 '백록담' 발간, 48세의 피끓는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나신 천재 시인이다.

근처 육영수 여사 생가를 둘러보고, 2시에 선사공원과 대청호 주변 탐방을 하며 장기 자랑과 백일장이 펼쳐졌다. 시제는 '지용 문학' 1등을 하면 상금 십만 원이 걸린 백일장이라 신중을 다해 참여했다. 등수에는 들지 못했다. 그래도 마음은 즐거웠다. 7시에 수원에 도착해서 ‘화청갈비집’에 저녁 예약이 되어 있었다.

전 회원이 푸짐한 갈비탕과 소주, 막걸리로 마무리했다. 수원문협 회원님들이 거의 60이 넘은 나이로 보였다. 하지만 마음은 초등학생들이 소풍을 다녀온 듯하다. 막걸리와 소주 한잔으로 오늘의 수원문협 2024년 춘계문학기행을 갈비탕과 함께 건배로 즐기는 모습들, 모든 회원의 얼굴엔 웃음꽃이 벚꽃처럼 환하다.

권점늠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즉시제보 : joongboo.com/jebo
▷카카오톡 : 'jbjebo'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사회부) : 031-230-2330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에서도 중부일보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