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권 청송농장 대표. 사진=임창희
홍승권 청송농장 대표. 사진=임창희

"단순히 창업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청년농업인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큐베이팅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아버지의 뒤를 이은 청년후계농, 홍승권(34) 청송농장 대표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한우의 세계적 브랜드화를 위해 밤낮으로 땀흘리고 있는 홍 대표를 안성 청송농장에서 만나 그의 한우 이야기를 들어봤다. 

홍승권 청송농장 대표가 한우를 돌보고 있는 모습. 사진=임창희
홍승권 청송농장 대표가 한우를 돌보고 있는 모습. 사진=임창희

 ◇경영 꿈꾸던 청년, 명품 한우 만드는 청년농업인으로=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홍 대표는 경상계열 대학에 진학을 꿈꿨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축산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평소 뛰어난 한우를 만드는 청년 후계자를 키우고 싶어했던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홍 씨는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 한우를 전공했다.

홍 대표는 "당시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농장이 한국농수산대학의 실습농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며 "아버지의 권유도 있었지만, 어린시절부터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일손을 도우며 농업이나 축산업은 내가 땀흘린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을 느껴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홍 대표가 아버지와 함께 돌보는 한우는 약 1천200여 두. 안성시의 농장에서 약 30년간 600여두 규모로 사육해 왔지만, 5년 전 인접한 천안시에도 농장을 증축해 사육규모를 늘렸다.

두 부자는 서로의 담당 분야를 나누어 품질 좋은 한우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버지는 비육(가축을 살 찌우는 일)을 담당하고, 홍 대표는 번식과 송아지를 키워내는 일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홍 대표는 "1년에 약 300여 마리의 송아지를 받아내고 있다"며 "송아지는 태어나면 어미의 초유로 면역항체를 전달받아야하는데, 농업기술센터에서 보급하는 고품질의 냉동초유를 먹이는 등 건강한 송아지를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송농장의 한우. 사진=임창희
청송농장의 한우. 사진=임창희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는 ‘안성마춤’ 한우=한우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식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한우를 ‘어떻게’ 사육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추세다.

때문에 홍 대표는 한우 사육환경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긴다.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줄일 수 있도록 바닥이 축축해지지 않게 관리하고, 안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 보급하는 미생물 균주도 꼼꼼히 뿌려주고 있다고 한다.

홍 대표는 "소는 태어날 때 부터 30개월의 긴 시간을 사육해야 출하되는데, 한 순간 소홀하면 그 시간이 모두 헛수고가 된다"며 "고급육으로 관리되는 만큼 고품질의 한우 생산을 위해서는 그만큼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관리를 통해 청송농장에서 생산된 한우는 1++ 등급 중에서도 높은 마블링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등급에서도 근내지방의 양에 따라 7, 8, 9번으로 세분화되고 높은 숫자일 수록 부드러운 육질의 마블링을 보이는데, 청송농장에서 키운 한우의 경우 평균 8의 스코어를 보인다고 한다.

홍 대표는 "안성 한우 농가 중에서도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한 농가들이 만든 ‘안성마춤’ 한우 브랜드로 거의 대부분이 출하된다"며 "더 품질 좋은 한우를 만들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한우 사육에도 새로운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때문에 홍 대표는 배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대학을 마치고 일을 시작한 뒤 충북대학교에서 축산전공 석사를 받았고, 이후 농업마이스터대학도 수료했다. 최근에는 안성시농업기술센터의 컨설팅 교육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홍 대표는 "한우는 계속해서 공부해도 새로운 기술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고, 사람은 공부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된다"며 "새로운 지식을 지속적으로 배우고, 반복해서 자연스럽게 몸에서 발현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농 인큐베이팅 체계 시급=홍 대표는 청년농 육성을 위해서 교육과 인큐베이팅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는 "저는 아버지가 잘 닦아놓으신 기반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일을 하는 편이지만, 새로 유입되는 청년농들은 굉장히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청년창업농 지원제도 덕분에 청년농부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기술과 인력, 경영상 문제로 중간에 그만두는 청년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농업과 축산업의 현장에서는 이론과 현장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금을 지원해 덜컥 창업에 뛰어들게 하게 하면 지속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 홍 대표의 생각이다.

홍 대표는 "기존에 잘 자리잡고 있는 선배 농업인들과 매칭을 통해 현장 경험을 쌓게하고, 일정 기간 이상 과정을 마치면 자금을 지원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우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꿈꾼다는 홍 대표는 "한우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급육"이라며 "일본의 스시와 같이 한우를 이용한 우리나라의 대표 식문화를 만들어 외국의 수요를 창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우 소비는 대부분이 국내에서만 이뤄지고 있는데, 저출산 고령화로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한우시장을 전 세계로 늘려 나가야만 한우 산업이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홍 대표의 설명이다.

홍 대표는 "최고의 한우를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겠다"면서 "앞으로 내가 키워낸 한우를 이용한 새로운 육가공식품 개발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임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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