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섭근 대표가 복숭아 솎아내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임창희
김섭근 대표가 복숭아 솎아내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임창희

최근의 과일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소비트렌드는 단연 ‘맛’이다.

과일의 맛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당도’라 할 수 있는데 경기도에서 재배되는 복숭아 ‘장호원황도’는 나주 배와 비슷할 정도로 높은 당도를 자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장호원황도를 이천시에서만 재배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장호원황도는 이천시는 물론이고 여주, 용인 등 경기도 동부 몇몇 지역에서도 재배된다.

여주시 점동면에서 맛좋은 복숭아를 생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섭근(58) 여주 행복농원 대표를 만나 장호원황도와 그의 농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섭근 대표. 사진=임창희
김섭근 대표. 사진=임창희

◇3대째 이어진 농업 외길=김섭근 대표는 군 제대 이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따라 자연스럽게 농부의 길로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이천에서 가장 유명한 작물인 쌀을 기르는 것이 김 씨 집안의 주된 일이었고, 김 대표 역시 논을 그대로 이어 받아 현재도 논 농사를 병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잠시 직장생활을 해보기도 했지만, 어딘가 얽매여서 일하는 것 자체가 성격과 맞지 않았다"며 "내 스스로 일을 꾸려나갈 수 있고,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농사를 선택했다"고 회상했다.

논 농사에 전념하던 김 대표는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과수 쪽으로도 눈을 돌렸다.

수박을 비롯해 다양한 과수에 도전했지만 눈에 들어올만한 성과는 나지 않던 시기, 김 대표에게 어린시절 할아버지께서 한켠에 심어 둔 복숭아나무 몇 그루가 눈에 띄었다.

어딘가 내다 팔기 위해 키운 것이 아니라 그저 가족이 먹는 정도로 키운 것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도 이뤄지지 않았었다.

김 대표는 "기후 등 지역의 여러가지 조건을 따져보니 복숭아를 키우는게 정답이었다"며 "지금은 장호원황도를 비롯해서 다섯가지 정도의 품종을 주로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시작된 김 대표의 복숭아 농원은 현재 약 8천200㎡의 규모로 늘어나 170여 주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최고의 맛을 위해 흘리는 땀=취재진이 방문한 지난달 23일 김 대표의 복숭아 농원에서는 솎아내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 주까지 마을의 모내기 작업에 참여하느라 바빴다는 김 대표는 다시 자신의 농원으로 돌아와 올 가을 맛 좋은 복숭아를 만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김 대표는 "복숭아 나무는 특히 병해에 취약한데, 고사 전에 마지막 남은 양분을 소모하는 특성이 있어 꽃을 잘 피웠어도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평소에 최대한 잘 관리하고 나무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평소 새벽 5시에 일과를 시작한다는 김 대표는 부인과 함께 주로 농원을 돌보는데, 바쁜 시기에는 지인들의 손을 빌린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나무를 기르는데 필요한 작업을 시기에 맞춰서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일손이 부족해진 탓이다.

김 대표는 특별한 비법 없이 나무를 기른다고 겸양을 보였지만, 농원 곳곳에는 최상의 나무 생육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꼼꼼하고 성실하게 나무를 돌본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김 대표가 길러낸 장호원 황도는 높은 당도를 자랑하며 소비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덕분에 김 대표는 지난해 경기도농업기술원의 품평회에서 복숭아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김 대표는 "요즘 소비자들은 과일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맛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진다"며 "가장 맛 좋은 복숭아를 소비자들이 만날 수 있도록 수확시기를 정확히 맞추는데 주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농촌 발전 위한 지원사업 개선 필요=김 대표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갈수록 농업인이 줄어드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김 대표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체력적인 문제 등으로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농기계 중고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온다"며 "농부 한 사람이 줄어들 때마다 식량 수입이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각종 농업인 지원사업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새로운 농업기술 보급을 위해 진행되는 각종 지원사업들은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선정 후 3~5년 간 다른 지원을 받을 수 없게 하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설비나 기술을 지원받더라도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그로 인한 효율도 떨어진다.

김 대표는 "한정된 예산으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 않겠나"라며 "이전보다 지원사업의 폭도 넓어지고 다양해졌지만, 지속성을 바탕으로 우수 농가를 육성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농부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그저 맛있는 복숭아를 생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일하는 동안 더 좋은 품질의 복숭아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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