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력을 주는 옴니버스 단편 블랙미러의 작품 중 ‘Hated in the Nation’ 편은 현대판 마녀사냥을 다룬다. 해석하자면 ‘미움받는 자’ 정도인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소셜 미디어에서 시작된 공격이 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인물들이 해시태그 #DeathTo를 통해 대중의 표적이 되며, 자율 드론 벌이 이들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한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몇몇 인물들이 목숨을 잃게 되며, 이는 대중의 분노와 증오가 어떻게 디지털 마녀사냥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군중심리는 실제 현실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전 세계에 펼쳐지고 있다.

2020년 프랑스의 사무엘 패티(Samuel Paty) 교사는 수업 중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며 무하마드 만평을 보여주었다. 패티는 학생들에게 만평을 보기 전에 눈을 감거나 교실을 나가도 된다고 미리 알려주었지만, 일부 학생들과 부모들은 이 수업 내용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 사건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였고, 몇몇 학부모들은 패티를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특히, 한 학생의 부모는 패티를 고발하는 동영상을 올렸고, 이로 인해 패티는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로부터 표적이 되기 시작했다. 결국 체첸 출신의 18세 청년 압둘라 안조로프는 패티의 학교 근처에서 그를 기다리다가 패티를 살해했으며 곧장 그 장면을 촬영하여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이 행동이 이슬람을 모독한 것에 대한 응징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디지털 자경주의(自警主義)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가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거나 국제적인 연구 활동을 하는 등 국가적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간주된 여성 지식인들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으며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이들은 "배은망덕한 배신자", "부패한 엘리트" 등으로 낙인찍힌다. 중국의 디지털 자경단은 이들을 철저히 추적하며, 개인 정보를 공개한다. 지속적인 괴롭힘을 가해 피해자들은 사회적, 직업적 피해를 입었으며, 일부는 신변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방관하거나 조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라고 다를까. 카타르 아시안컵 기간 나온 가짜뉴스도 마찬가지다. 한국 축구 대표 팀 선수 간 불화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강인에 대한 가짜뉴스가 채널만 195개, 총 361개 내용이 유튜브에서 계속 생산, 유포되었는데 유포한 이들은 가짜뉴스로 단 2주 만에 7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배우 이선균 사건도 마찬가지다. 경찰 수사 중 자극적인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 보도로 인해 그 역시 심리적 한계에 이르렀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무분별한 미확인 정보가 인터넷에 퍼지며 개인의 삶에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물론 디지털 자경주의(自警主義)가 부정적 영향만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범죄를 폭로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동할 때 특히 그렇다. 그러나 종종 과도한 처벌이나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공격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특히 SNS 플랫폼의 특성상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빛의 속도로 퍼지며 판단을 요구하지 않고 바로 시청자들의 뇌에 들어옴을 인지해야 한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본인이 보고 싶은 걸 선택해서 보는 게 아니라 눈에 들어오는 자극을 수동적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고위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을 사용하지 않게 된다. 안 쓰면 그 기능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은 우리의 사회를 더욱 투명하고, 연결되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는 우리가 깨어나지 않으면 극단적인 디지털 자경주의의 부작용은 더 커질 수 있다. 첫 번째 사례였던 사무엘 패티의 죽음 이후 프랑스 정부는 패티를 추모하며 그의 죽음을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고, 이후 소셜 미디어상의 혐오 발언과 극단주의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며,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결의를 다졌다. 한국 역시도 사회적 고찰과 합의를 통해 부정적 작용을 줄이도록 정부의 올바른 지원, 시민들의 관심과 토론이 모아져야 할 때다.

미국의 정치가 다니엘 패트릭 모이니한은 신문 칼럼에서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다.

"누구나 자기만의 의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자기만의 사실을 가질 수는 없다(Everyone is entitled to his own opinion, but not his own facts)."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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