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MBTI가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 이전에는 혈액형에 관심이 많았다. 매체마다 혈액형에 따라 출연진들을 어떤 틀에 집어넣어 소심, 활달, 자유롭다, 속을 알 수 없다, 개방적이다 라고 편 가르듯 거기에 맞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친구 넷이서 밥을 먹고 있었다. 한창 맛있게 먹고 있다가 갑자기 AB형이 말도 없이 식당을 나가 버렸다. 그러자 호기심 많고 궁금한 건 절대 못 참는 O형이 뒤쫓아 나갔다. 가만히 눈치를 보고 있던 소심한 A형이 왜 저러느냐고, 혹시 AB형이 자기 때문에 그러느냐고 물었다. 간섭하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하지만 관심 있는 일에는 집중도가 높은 B형은 그러거나 말거나 밥을 먹는다.

이 작은 이야기에 혈액형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실 혈액형에 따른 성격적 기질을 믿지 않지만, 저 상황에서 분명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100% 맞지는 않지만 비슷한 구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외모와 체형, 성격과 기질도 각양각색이다. 우리가 혈액형이나 별자리, MBTI에 관심을 보이는 건 타인만큼이나 자신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자신과 성격적 궁합이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음이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 역시 의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진다. ‘인간은 피투被投된 존재’라고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말했다. 그냥 툭 던져진 존재로 어느 환경에 던져졌느냐에 따라 삶의 질과 방향이 달라지지만 공허하다.

그런 우리에게 철학자들은 세상을 향한 눈을 거두어 자신의 내면을 마주 볼 것을 권장한다. 전부라고 여긴 몸과 마음, 명예나 재물, 마음과 정신도 결국 흩어진다. 내 것이라 믿었던 것이 실상은 헛것이다. ‘앎’으로 자아 탐구를 계속해 나갈 때 삶과 죽음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였다. 가끔은 자신이 누군지 물음을 던져보아야 할 이유가 아닐까.

임수진 수필가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즉시제보 : joongboo.com/jebo
▷카카오톡 : 'jbjebo'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사회부) : 031-230-2330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에서도 중부일보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