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인공지능영화 부문이 신설되었는데, 이 행사에서 두바이 국제AI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권한슬 감독은 비록 단편이었지만 혼자서 5일 정도 작업을 하여 ‘One More Pumpkin’이라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감독 혼자서 출연진, 스탭, 제작진 등이 필요한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상상력을 바로 영상으로 제작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기존의 상식을 깨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앞으로 의사나 변호사, 아나운서, 모델, 기자, 회계사 등 전문가 영역에서 인공지능은 많은 활약을 하게 될 것이고, 기계와 인공지능이 결합된 로봇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면 이처럼 지능과 근력을 대신하는 기계들과 함께 사는 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된다면, 우리는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 어쩌면 더 큰 차원의 지구공동체를 위한 방향과 가치를 창조하는 역할이 인간에게 주어진 사명일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의 미래는 매우 불확실해진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에게 선이 되는 동일한 지향점을 향해 새로운 가치를 쏟아내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산업생태계나 교육생태계 그리고 정부시스템도 모두 이러한 대 전환에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지금까지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도로, 산업단지, 에너지 공급 등 하드웨어가 충족되면 노동력은 자연스럽게 충원될 것이라는 기존의 상식도 이제는 통용되지 않는다. 노동력의 부족이 예상되니 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신경을 쓰지만 그러한 노동력은 기계가 대신할 것이다. 앞으로 인간의 역할은 기계를 다루는 자, 기계가 하지 않는 일을 하는 자, 그리고 기계와 경쟁하는 자로 구분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인재는 바로 기계를 다룰 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은 바로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기업가정신을 가진 자들이라 생각한다.

만약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이민을 온다면 또는 우리가 그와 같은 인재를 받아들일 수 있거나 그런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생태계를 가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결국 미래의 산업 생태계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기업가정신을 가진 훌륭한 인재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인재를 놓치면 아무리 좋은 인프라도 무용지물이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러한 인재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여전히 시간과 정년으로 역량을 제한한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로 오로지 성공확률이 높은 프로젝트에만 도전한다. 이렇게 국가 R&D의 90%가 성공을 하지만 상용화는 20%도 안 된다. 이러한 ‘인프라의 역설’로 인해 새로운 생태계 구축이 오히려 방해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앞으로 기업가정신을 가진 인재들의 놀이터가 바로 AI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 그들을 유인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인재들이 활용할 데이터가 또 다른 핵심 자산이므로 대규모 ‘글로벌파운데이션모델’이 생태계 중심에 자리 잡아야 하며 창의적인 기업가들의 접근이 용이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상상력이 구체화되는 배후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 배후 생태계는 지금의 프로세스를 많이 생략한 채 구축될 수 있으며 또한 전혀 새로운 형태로 구축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이합집산이 가능해야 한다. 빠른 의사결정에 느린 실행은 의미가 없다.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디자인 씽킹 방법론이나 다양한 인재들과의 자유로운 네트워킹이 가능한 개방된 문화가 필요하다.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면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할 수 있다. 이러한 해결책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금융과 배후 기술이 풍부한 자금과 기술로 초기 위험을 함께 부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의 꿈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이들이 창조하는 가치는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가치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이러한 생태계라야 인재가 몰릴 것이다. 기업가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AI생태계가 즐비한 대한민국이 인류의 미래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SDX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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