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서 말(Horse, 馬)은 제왕출현의 징표로 사람들에게 각인되기도 합니다. 말은 전쟁때 장수와 한 몸이 되어 영웅으로 대접 받기도 합니다.

중국 후한 광무제(B.C 5~A.D 57) 때 마원(馬援)이란 장수가 있었는데 지금의 베트남인 교지(交趾)를 평정하고 (A.D 44) 낙양으로 개선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또 쉴새없이 흉노족을 정벌하러 나가면서, ‘사나이는 마땅히 변경 싸움터에서 죽어야 한다.’ ‘말가죽으로 시체를 싸서 돌아와 장사를 지낼 뿐이다.’ ‘어찌 침대에 누워 여자의 시중을 받으며 죽을 수 있겠는가’ 라며 출정했는데 이때 마혁과시(馬革裹尸)란 말이 쓰였습니다.

그런가하면 말 자체가 영웅으로 사람의 사랑을 뛰어넘어 존경의 대상이 된 사례가 있습니다.

1948년 7월에 서울에서 태어난 이 말(馬)은 암컷으로 키 142cm, 410kg의 밤색으로 아침해(여명)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신설동 경마장 소속 경주마였습니다. ‘아침해(여명)’의 주인은 김혁문씨로 본명은 따로 있는데 스스로 기수가 되어 우리나라와 일본을 오가며 경주에 참가하여 우승 기록을 세운 명마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여명’은 제2차세계대전의 발발로 짐을 싣고 다니는 짐말로 징발되어 경주마의 몸체가 다 망가질 정도가 되었을 때 김혁문씨의 지극한 돌봄으로 기사회생하여 경주마의 몸을 회복하여 김혁문씨가 기수가 되어 은퇴전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여명’이 첫 번째 임신한 새끼말을 낳고 삼일만에 죽었다고 합니다. 어미를 잃은 새끼말을 김혁문씨가 지극정성으로 키워 죽은 어미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아 제2의 여명(아침해 2세)이라고 작명을 해서 경주마로 잘 키웠는데 6.25 사변을 맞게 되었습니다. ‘아침해 2세’는 주인을 따라 부산까지 피난을 가서 그 곳 항구에서 군수품을 하역하는 일을 하다가 1952년 서울로 돌아왔는데 김혁문씨 누이가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게 되어 누이의 치료와 의족을 구하기 위해 미해병대 1사단 5연대 무반동화기소대 에릭 페더슨(Eric Pederson) 중위에게 250달러에 팔았습니다.

아침해 2세는 1952년 10월 26일자로 미해병대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름도 M20 무반동 소총의 별명인 Reckless Gun에서 따온 레클리스(Reckless 앞뒤 가리지 않는)로 개명을 하였습니다.

레클리스는 탄약을 운반하는데 한발당 9㎏이 나가는 포탄을 한번에 12발까지 등에 싣고 날랐고 험준한 산악지역을 달리기도 하고 험준한 산길을 혼자 알아서 찾아다니며 포탄을 공급하였고 사격이 시작되면 엎드려 사격이 끝날 떄까지 기다리다가 다시 포탄을 안전하게 운반하였다고 합니다.

또 병사들이 포격이다!(Incoming!)라고 외치면 참호속에 들어가 피신하기도 하는 영리한 말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네바다 전초라고 이름짓는 전투(지금의 연천군 백학면 매현리 지역)에서 중공군 1천300명이 전사하고 미군 118명이 전사한 전투에서 레클리스는 탄약을 나르며 죽음을 이겨내며 기적처럼 임무를 수행했다고 합니다. 전투 중에 레클리스는 왼쪽 눈 위, 왼쪽 둔부에 파편상을 입어 피투성이가 되어 재기 불능의 상태에서도 약간의 휴식만을 취하고 임무를 수행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크고 작은 전투에서 레클리스는 영웅으로 전쟁 임무를 수행했고 휴전 이후 에릭 페더슨 중위와 같이 미국으로 가서 캘리포니아 샌디아고에 정착해 지내게 되었고, 유명 TV에도 출연해 그의 존재를 전미국에 알리었고, 1957년 하사로 진급하였으며 1959년에 예포 19발을 포함한 성대한 전역식을 치르고 은퇴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식을 4마리 낳았으며 1968년 19살 나이로 영웅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2013년 미국 국방부는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해병대 본부 내 국립 해병박물관에서 기념관 헌정식을 열었고 레클리스 기념관에는 동상과 함께 각족 자료가 전시되었다고 합니다.

2016년 펜들던 해병기지에도 동상이 세워졌고, 우리나라에서도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구 역사공원에 레클리스 동상이 건립되어 공적을 세상에 알리게 되었습니다.

말 한마리가 한국전쟁의 전쟁사와 미군전쟁사에 영웅적 주인공으로 후세에까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유화웅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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