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음력 8월 15일)은 설날과 함께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었습니다.
이날 미국에서 한미 수교 120년 만에 처음으로 추석날 백악관에 100여명이 초청을 받아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노래와 고전 무용으로 축하 행사를 가졌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서면 축사에서 "사상(史上) 첫 추석 백악관 리셉션에 모인 여러분께 진심 어린 인사를 전한다"며 "추석은 축하와 기념, 갱신과 성찰, 약속과 가능성이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가을 추수가 한창일 때 열리는 이 즐거운 명절은 전 세계 한국인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축복에 감사하고 조상의 유산을 기린다"고 하며 "추석은 한국공동체의 풍부한 유산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보편적 유대감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든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 가족이 이민을 온 지 몇 세대가 지났든 여러분이 직접 이민을 왔든, 여러분 각자는 한국공동체의 활기와 문화 공헌을 우리나라 태피스트리(Tapestry)에 엮어 놓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해리스 부통령도 서면 축사에서 "추석은 가족의 중요성, 가을의 축복, 그리고 조상의 넓은 어깨 위에 서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며 "한국계 미국인은 수백 년간의 미국의 구성(Fabric)에서 중요한 부분(Vital part)을 차지해 왔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추석 명절이 미국의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지도자들이 최고의 명절로 인식하고 축하하며 백악관에서 한국 고유 명절 축하 행사를 가졌다는 것이 매우 뜻깊고 추석의 의미를 다시 생각게 합니다.
추석은 신라시대 이전으로 보니까 우리 민족사와 그 궤를 같이 하는 최대 명절입니다. 추석은 추수의 기쁨과 풍년을 기원하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추석빔으로 새옷을 입고 각종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가족들이 모여 효행과 형제 우애를 나눕니다.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달맞이, 강강술래, 줄다리기, 씨름, 닭싸움, 소싸움 등으로 하나가 되어 단합과 즐거움을 함께하는 민족 제전이라 하겠습니다.
산업화 도시화로 가족들이 흩어져 살게 되면서도 설날과 추석이 되면 고향을 찾아 민족의 대이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동 인구는 천만을 헤아리고 고속도로와 국도는 귀성 차량으로 주차장을 방불하게 할 정도입니다.
이 추석은 엄혹한 일제하에서도 명절로 지냈습니다. 일제는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래 태양력을 사용하여 양력 8월 15일로 강제했지만, 우리 민족은 굽힘이 없이 음력 8월 15일을 추석 명절로 지냈습니다.
지금은 설날과 추석을 각각 3일간 법정공휴일이 되어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로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신교에서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로 교회에서 지키고 있습니다.
이 추수감사절은 성경적 근거보다 미국의 이민사적(移民史的) 의미가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유대인들은 민족해방에 대한 감사절로 유월절(Passover), 봄의 첫 열매 수확에 대한 감사로 초실절, 가을에 추수하여 곡식을 저장하는 수장절(초막절)이 3대 명절이고 이 초막절은 풀과 나뭇가지로 집을 들판에 짓고 7일 동안 감사의 뜻을 기리며 지내는 풍습입니다. 그리고 양력으로 9월 말에서 10월 사이에 이루어집니다.
지금 개신교에서 지키는 추수감사절은 1620년 메이플라워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프리머스항에 상륙하여 생존한 102명 청교도들이 인디언들의 도움으로 농사를 지어 추수의 기쁨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날로 정한 날짜가 없고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기산하여 날짜를 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이면 11월 24일, 월요일이면 11월 23일 등 가변성이 있습니다.
국적이 다른 명절을 우리나라 개신교에서 지키고 있는 것이 우리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느낌입니다.
차제에 우리나라 개신교에서도 추수감사절을 추석날로 정하여 조상대대 내려온 민족 정서와 합하여 지켰으면 합니다. 추수감사절과 우리 민족 전래의 명절을 이중적으로 지켜 정서적 거리감만 상존하게 하는 것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추석이 추수감사절의 의미로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 기독교인이라 해미국식 명절을 이식해서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가 생각해 봅니다.
유화웅 시인,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