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과 초겨울의 공존. 아아보다 뜨아가 생각나는 요즘이지만 한낮의 햇살은 아직 따스하다. 짧은 가을이 아쉬운 이때, 도심속 공원을 찾아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를 느껴보자.
사색에 잠겨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어느새 가을속으로 젖어든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만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도심속 공원 5곳을 소개한다. 공원에서 만나는 늦가을의 매력은 생각보다 깊고 특별하다.
◇‘단풍과 강 풍경을 동시에’... 하남 미사경정공원
미사경정공원은 하남시의 대표적인 시민 휴식공간으로, 가을에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경정장을 둘러싸고 있는 미사경정공원은 자전거 도로, 산책로, 운동시설 등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공간이 마련돼 있어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또 한강과 인접해 있어 강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이 인상적이며, 주변의 자연경관이 공원의 매력을 한층 더해준다. 가을은 미사경정공원의 가장 아름다운 계절 중 하나로 공원 곳곳이 형형색색의 붉은색, 노란색, 주황색의 단풍으로 덮인다.
산책로는 한강을 따라 펼쳐져 있어 강변을 따라 걸으면 단풍과 강의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금빛과 붉은 단풍으로 물들어 걷는 내내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자연 속에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또 넓은 공간과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가 있어 자전거를 타며 공원을 둘러보기에 좋다. 잔디밭이 평평하고 넓어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공원 내 바비큐 공간도 있어 한강을 바라보며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
인생샷을 건지기에도 제격이다.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과 한강의 경치, 공원 내의 조형물들이 핑크뮬리와 어우러져 가을의 정수를 담은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한강과의 근접성 덕분에 물과 자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수경시설 볼거리 가득’... 부천 중앙공원
부천 중앙공원은 1990년대 중동신도시의 개발과 함께 조성된 부천시 근린 1호 공원으로 부천시청 바로 건너편에 있는 대형 공원이다.
공원 중앙에는 특이한 모양의 부천시 상징탑이 서 있고 주변으로 광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가을이 되면 녹색 돔 형태의 야외음악당과 반원형 잔디밭에서는 각종 행사나 문화공연들이 개최돼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특히 시청과 중앙공원을 가르는 소향로 600m 구간은 ‘차 없는 거리’로 지정돼 동절기를 제외하고 매주 토요일 낮12시부터 일요일 밤12시까지 차량 통행을 제한해 시민과 청소년들의 각종 놀이 공간으로 이용된다.
공원 동쪽으로는 인공연못과 인공섬, 기하학적 형태의 물길과 징검다리가 놓인 개울, 특히 동남편에는 가장 큰 노천 낙차분수를 중심으로 점핑분수, 멜로디분수, 볼라드분수 등 각종 수경시설들을 설치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공원 서편은 복숭아 명산지인 일본 오카야마시에서 복숭아나무를 기증한 기념 동산이 조성돼 있으며 수령이 오래된 수목이 우거진 남쪽은 도심에서 수목원을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도심공원으로 시민들에게 휴식처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부천중앙공원은 특히 숲을 테마로 한 조깅코스가 1.6㎞에 달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는다. 이 조깅코스를 걸으며 가을의 아름다움과 정취, 자연과 하나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단풍길, 월화원, 나혜석거리’… 수원 효원공원
조선시대 명장인 김유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수원 효원공원은 가을이 되면 황금빛 단풍과 맑고 청명한 하늘, 시원한 바람이 어우러져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공원의 곳곳에 자리한 나무들이 다양한 색의 단풍을 자랑한다. 특히 벚나무와 은행나무, 단풍나무들이 각각 붉은색, 노란색, 주황색 등으로 물들어 가을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떨어진 낙엽이 길을 덮어 마치 붉은 카펫처럼 펼쳐지며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특히 효원공원의 가장 큰 볼거리는 월화원이다. 경기도와 중국 광동성이 체결한 우호교류 발전 실행 협약에 따라 각각의 도시에 상대 국가의 전통 정원을 조성한다는 취지에 따라 2003년 효원공원 내에 건설됐다. 중국 영남(남쪽) 지역의 전통 정원 양식을 도입해 이국적인 분위기에 압도되는 이곳은 아이유, 이준기 주연의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촬영장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월화원은 전통 정자와 고요한 연못, 그리고 다양한 나무들이 정원을 더욱 아름답게 꾸민다. 연못에는 비단잉어 등 관상어들과 다양한 수생 식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가을이 되면 주변 나무들이 단풍으로 물들어 아름다움을 한층 더한다.
효원공원 인근에는 신여성이자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정월 나혜석을 기리는 ‘나혜석거리’가 있다. 수인분당선 수원시청역 9번 출구와 인접한 이곳은 카페와 음식점 등이 밀집한 수원 최대의 번화가다. 효원공원과 함께 나혜석거리에서 수원시만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벼룩시장에서 소소한 기쁨을’… 안양 평촌중앙공원
평촌중앙공원은 안양시청 정면에 자리한 중심지 중의 중심지로 안양예술공원, 안양1번가, 수리산성지 등과 함께 ‘안양 9경’에 포함되는 안양시의 대표 명소 중 한 곳이다.
4계절 주제에 맞게 7만8천여 분의 초화류와 3만3천여 그루의 나무를 식재해 안양시민들의 정서를 함양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들어 사시사철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도심 속 휴식공간이다.
인공호수나 자연하천은 없지만 중앙분수, 바닥분수, 터널분수 등 다양한 분수시설 및 수경시설이 조성돼 있어 주위 경관과 함께 ‘편안한 안양다움’을 느낄 수 있는 복합힐링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주말 및 공휴일, 연휴기간에는 평촌대로212번길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 운영한다. 차가 다니던 텅 빈 도로를 사람이 걸어 다니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하며, 4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알뜰나눔장터는 한 해 20만 명 가까이 찾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벼룩시장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차 없는 거리는 가족과 연인끼리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전거도로, 인라인 스케이트 마니아들이 자신의 솜씨를 마음껏 뽐내는 체육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안양시민은 물론 인근 지역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입소문을 제대로 탔다.
4호선 범계역, 평촌역에서 도보 10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어 접근성도 훌륭하며, 음식점이나 유통시설 등 역세상권도 구축돼 한 번의 외출로 다양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기도 도심 속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동궁과 월지’ 옮겨왔다… 성남 분당중앙공원
분당중앙공원은 성남시 분당구청과 문화의 거리에 맞닿은 도심 속 공원이다.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과 함께 도심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된다.
공원 내의 나무들은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고, 벚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각기 다른 색깔의 단풍을 피워 가을을 한층 더 화려하게 만든다.
가을 햇살이 나뭇잎을 비추면 금빛처럼 반짝이는 단풍을 볼 수 있어 산책객들의 발길을 이끈다. 분당천을 따라 정비된 산책로는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계단이 없는 육교를 설치했으며 투수콘 포장으로 걷기 편한 환경을 조성해 발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특히 분당천을 유입시켜 조성한 3천800여 평의 인공연못은 전통미를 살려 경주의 ‘동궁과 월지’를 성남으로 옮겨왔다는 평을 받는다. 수변과 접하는 풍경은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특히 가을은 단풍을 반영한 숲이 절경을 이뤄 인생샷을 건져볼 만하다.
또 공원 내 자전거 도로는 공원의 주요 경로와 잘 연결돼 있어 가벼운 라이딩을 즐기며 공원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공원 곳곳에 자리한 벤치에서 잠시 쉬며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끼거나 가을의 풍경을 눈에 담기에도 손색이 없다.
홍지예·정영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