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에 대한 여러 담론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 중의 중심은 국민이 직접선거로 선출한 국회다. 그럼에도 국회는 과거에도 지금도 늘 해산론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처해있다. 일단 국회의원이 되면 할 수 있는 게 그리고 얻을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눈 감고 아웅 하는 게임의 룰을 자기네들이 정하는 이유가 크다. 생각하기 따라 지나치게 많은 월급을 받고 지나치게 많은 보좌진을 둘 수 있는 것도 이를 돕는 요인이다, 지금은 식었지만 지나치게 많은 사회적 인정도 여전하다, 한 의원은 언제 우리 정치가 바뀔 것 같냐는 질문에 "국회의원 한 번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져야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임에도 가볍게는 동료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범죄 비호 비판을 자초하고 중요한 민생·개혁 입법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예 뒷전으로 미루는 희한함 마저 보태고 있다. 더구나 어떤 때는 이중으로 받은 국고보조금으로 돈 잔치를 벌이는 행태에 그들이 그렇게 위한다는 국민들이 분노한 적도 있었다. 심지어 2023년에는 여야가 한통속이 돼 의원 정수를 50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적도 있다. 당시 소식들은 국회가 전원위원회를 소집해 선거제도 개편 토론을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1·2안은 현행 300명을 350명으로 늘리는 것이 본질이고, 제3안은 300명 유지 안(案)이었다. 하지만 후자는 들러리 안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를 국민이 없었지만 얘기는 그렇게 지나갔다.
나라 안이 어수선해 그리고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국민들은 막연한 정치에 불신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의원 수를 늘리거나 선거제도를 다시 바꿀 수는 있어도 지금은 있는 의원들의 질부터 높이는 게 차라리 민의와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는 생각이다. 사실상 이번 국회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대선 연장전을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짙었다. 그래서인지 마치 영화 속 대사처럼 국민을 마치 개돼지로 여겨 할 수 있는 한 자기 세력을 동원해 죄다 했다. 그렇지 않고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나오지 못했을 얘기다. 기억하기로도 2023년 한 정치인이 나서 윤석열 정부에 대해 실패할 정부인 것 같다는 평가를 했다. 그것은 자기 위치를 명확히 한 상태에서 대화와 타협을 해야 정치가 잘될 수 있는데, 윤 정부는 자기 위치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당시 새겨들었어야 할 부분이지만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보다시피 대통령제에 야당이 반대해도 이걸 잘 컨트롤해 나가는 게 대통령의 역할이었지만 분노가 만든 의문의 계엄이 모든 것을 엉켜 놓았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나라꼴이 엉망이라 바로잡아야겠다는 늦게나마 정신이 든 정치인과 어쩌면 나라꼴이 엉망이기를 바라서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하려는 정치인들로 정확히 나뉜 형국이다. 그래도 남은 희망은 있다. 올해 뱀띠해에 나온다는 현명한 정치인들이다. 주술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 옮겨 적기 민망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마음은 영웅적 정치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다수의 국민들은 둘 다 싫다. 그래서 쪼개져 있다. 시대가 사람을 부른다. 다수의 국민들이 자리를 지켜가며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을 다시 한 번 9회말 만루상황에서 역전시킬 수 있는 정치인이다.
문기석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