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남이(南怡, 1441~1468) 장군은 할머니가 태종 이방원의 넷째딸 정선공주로 17살에 무과에 급제하여 세조의 사랑을 많이 받은 무신입니다. 아버지는 군수를 지냈고 어머니는 현감 홍여공의 딸입니다. 부인은 좌의정 권람의 딸이었는데 일찍 죽고 재혼한 부인과 2명의 첩을 두었습니다.

세조 13년(1467년) 함경도 길주의 호족 이시애(?~1467)가 북도의 수령 등 관리를 북도인으로 임명하지 않고 서울이나 남도 출신들을 임명하고 호패법(남자 16세 이상이 차고 다니던 일종의 신분증)을 시행하여 지방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주하는 것을 금하게 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이시애가 지방민을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켜 절도사 강호문을 죽이고 서울에서 파견된 관리들이 모두 살해되면서 나라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때 남이장군, 강순(?~1468 조선 초기 명장, 영의정을 지냄), 귀성군 준, 어유산 등과 함께 참여, 3개월간 이어진 내란을 평정하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남이장군의 훈공이 인정되어 당상관으로 승진했고, 적개공신 1등에 책록되었습니다.

이어서 서북변에 출몰한 여진족을 토벌할 때 선봉으로 여진족 우두머리 이만주 부자를 죽이고 이공로로 2등 군공에 책봉되었습니다.

그 뒤 벼슬이 승승장구하여 공조판서(1468) 오위도총부 도총관을 거쳐 27세에 병조판서가 되었습니다.

남이 장군이 나라의 안위를 위해 큰 공을 세우고 젊은 나이에 조정의 중책을 맡게 되자 이를 시기하고 모함하는 세력들이 가만두지를 않았습니다.

아버지 세조가 남이장군을 자기보다 더 사랑하는 것에 불만을 품은 예종(1450~1470)은 자기가 등극하자마자 남이를 제거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세조 때의 공신 한명회, 신숙주 등도 남이장군의 출세를 못마땅히 여겼습니다.

거기다가 당대의 모사와 계략을 꾸미는데 능한 유자광(1439~1512)이 무고로 남이장군의 시대가 막을 내립니다.

유자광은 남이장군이 난을 평정하고 읊은 북정가(北征歌), 백두산석마도진(白頭山石磨刀盡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 다 닳고), 두만강수음마무(豆滿江水飮馬無 두만강의 물은 말이 마셔 다 말랐도다), 남아이십미평국(男兒二十未平國 남자로 태어나 20세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 후세수칭대장부(後世誰稱大丈夫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하겠느냐)라고 읊었는데 남아이십미득국이라고 ‘평(平)’을 ‘득’(得 얻다) 자로 둔갑을 시켜 (남자로 태어나 나이 20세에 나라를 ‘얻지’ 못하면)으로 왕에게 고해바쳐 이는 역모를 꾀한 것이라고 음해하여 남이장군에게 족쇄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예종이 즉위한 지 얼마 안 되어 밤에 혜성(彗星)이 하늘에 떴는데 그날밤 궁궐에 당직을 서던 남이장군이 "혜성이 나타남은 묵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나타내게 하려는 징조다"라고 말하는 것을 유자광이 듣고 이 말을 남이가 역모를 꾀하는 것이라고 예종에서 고해바쳤습니다.

예종은 이것을 기회로 마침내 남이를 역적으로 몰아 남이장군과 영의정 강순을 군기감(병기관리, 제조를 맡아보던 기관, 지금의 서울 시청 자리임) 앞 저잣거리에서 효수(梟首, 목을 베어 높이 매달던 형벌)했습니다. 그의 모친 홍 씨도 상중에 고기를 먹었다는 죄목과 또 아들과 간통죄를 저질렀다고 누명을 씌워 능지처참했고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습니다.

平(평)을 得(득)으로 고쳐 글자 하나와 별자리 하나로 충신들이 무참히 처형되고 옥사를 당하는 일이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탐욕과 시기 그리고 악한 계략으로 상대방을 타도하고 권력을 누리려는 도덕과 양심이 파괴된 자들의 행각이었습니다.

권력욕의 늪에 빠진 사람들은 결국 늪 속으로 빠져들어가 자기도 죽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또 불의를 눈앞에 보고서도 부화뇌동하는 자들도 공멸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들 뒤에 줄서기에 바쁜 군상들도 있습니다.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고, 진리와 정의와 공의를 걷어차고 권력의 단맛에 취해있다가 악취를 풍기며 사라지는 것을 봅니다.

순조 때 조선시대 인물 중 1위가 ‘덕(德)’에 이퇴계, ‘지략(智略)’에 이순신, ‘무용(武勇)’에 남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남이장군이 간교한 소인배들의 음모에 의해 죽었습니다.

유화웅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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