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 말할 필요 없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은 내년 6월 열리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작년 총선에 버금가는 참패를 당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여 만에 치러진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와 거의 모든 상황이 똑같다. 새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유리한 ‘허니문 선거’, 국정농단·적폐세력(계엄·내란세력)에 대한 비판 여론, 탄핵을 둘러싼 보수의 분열과 리더십 붕괴, 극우세력의 발호와 번성 등이 그렇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8년 선거에서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대구·경북 2곳, 226개 기초단체 중 53곳만 건지는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다. 현재의 인천에 대입하면 내년 선거에서 유정복 시장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소속 기초단체장 8명 모두 생환이 어렵다. 자유한국당은 2018년 선거 당시 인천에서 10개 기초단체 중 강화군을 제외한 9곳에서 패했다.
당시엔 홍준표였다면 이번엔 김문수다. 두 사람 모두 대선 패배를 이끈 공(?)으로 당대표가 돼 지방선거를 이끌었거나(홍준표) 이끌 가능성이 큰 상황(김문수)이다. 중도층에 다가갈 수 있는 참신한 얼굴을 내세워도 이기기 어려운 판에 ‘구악’을 상징하는 정치인이 또다시 당의 전면에 나서려고 한다.
두 사람은 이번에도 극우 인사들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준표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류석춘 같은 극우 성향 인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앉혀 논란이 됐는데 김문수는 극우계의 떠오르는 샛별인 전한길 같은 인사를 중용할지 모른다.
어쩌면 홍준표-김문수 두 사람이 또 손잡는 광경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2018년 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바로 김문수였기 때문이다.
홍준표 당시 당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병준 전 부총리, 홍정욱 전 의원 등이 서울시장 출마를 고사하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선 ‘태극기 부대’의 중심 김문수를 내세웠다. 이번에는 홍준표가 보수의 죽음을 책임질 ‘회심의 카드’로 등판할 수 있다.
극우와는 거리가 먼 안철수·조경태 의원이 국민의힘 새 대표가 되면 사정이 조금 다를 수 있으나 산 넘어 산이다. 당내 분열 양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2018년 선거 때처럼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안철수·유승민)으로 쪼개진 것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심리적으로 분당된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대표 후보들을 포함해 당내 인사 누구도 이런 분열을 치유하고 극복할 능력과 리더십이 없어 보인다.
집권여당 입장에서는 해보나 마나 한 선거로 가는 분위기지만, 몇가지 위험 징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험난한 대외 통상·안보 환경과 심상치 않은 부동산 시장, 그리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내로남불’의 기운이 그것이다.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무난히 끝났다고 하지만 쌀 시장 개방 여부 등을 놓고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대중국 전략, 국방비·방위비 증액 이슈가 포함된 안보 협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2020년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불과 1년 만인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배경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폭등과 여권 주요 정치인의 위선과 오만이 있었다.
다행히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논란은 자진사퇴로 마무리됐지만 일각에선 ‘제2의 조국 사태’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로 그 조국 사태의 당사자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이름이 최근 끊임없이 소환되고 있다. 친문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광복절 특별사면론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 채용비리, 장학금 부정수수 등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이제 형기의 4분의 1 정도를 채운 인사를 사면한다면 새 정부는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을 맞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여권의 약한고리라고 할 수 있는 이들 이슈에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말발이 먹힐 리 없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해 온 나라를 혼돈에 빠뜨린 대통령을 배출하고 아직도 그를 옹호하는 자가 다수인 정당에 국민이 마음을 열 리 없다.
소수 극렬 지지자만 바라보는 세력에 미래는 없다. 이건 현재의 집권세력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고동우 인천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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