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비보가 들려왔다. 두 번의 경기도의원을 지내고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평택시장에 도전했다 분루를 삼켰던 최호 전 의원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었다.

심지어 그날은 최 전 의원의 생일이었다. 축하를 받아 마땅한 날 그는 세상을 등지는 결정을 했다.

그를 아는 한 사람으로써 큰 상실감이 몰아쳐오는 와중 도의원 재임 당시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소수당의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를 지내면서 탁월한 정치력을 뽐낸 인물이었다.

우여곡절 속 소속 정당의 당명이 바뀌는 위기를 여러차례 겪으면서도 국민의힘의 전신들이 경기도의회에서 그나마 힘을 낼 수 있었던 데는 그의 뛰어난 협상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들이 많았다.

정치라는게 굳은 심지와 지조도 갖춰야 가능하지만 이해득실을 따져 상대에 내줄 부분은 내주면서 자신들이 반드시 취할 부분은 확보해내는 것이 의회 정치의 기본틀이다. 그는 소수당의 지도부로서 얻어내야하는 부분은 확실히 쟁취하면서도 테이블 반대편에 앉아 있는 상대의 자존심을 챙겨주는 협상의 달인이었다.

어떤 이들은 최 전 의원의 정치행보에 대해 갖가지 평가를 하지만, 오랜 기간 출입기자로서 봐왔던 나는 양당이 극한의 대립만 하다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일을 막아내는데 그가 일조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부고를 접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 역시 그의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개인 최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잘 알기 어렵지만, 최소한 도의회에서 그를 봐왔던 이들은 정치인 최호가 일궈온 업적과 행실을 높이 평가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언론에 그 누구보다 친화적이었으며, 대의를 생각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정치인이었다.

도의원 임기를 마친 그는 더 큰 정치를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평택시장에 도전했다.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 수 없지만 이기는 방법을 잘 아는 그로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다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본인의 확신을 감추지 않았다.

3년 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본인의 선거 준비보다는 대선 승리에 모든 것을 건 행보를 보였다. 상대 대선 후보가 경기도지사 출신인 만큼 경기도 선거에서의 열세 예상을뒤집고자 누구의 지원 없이도 경기도 곳곳의 조직을 정비하고 지역 곳곳을 누볐다. 경기도에서는 그가 대선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는 점은 당내 대다수의 인사들로부터 인정받는 사실이다.

대선 승리의 기쁨도 잠시, 본인의 선거는 경합 속에 패배로 끝났고 정권 초기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던 정부도 끝내 몰락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대선이었기에 대통령의 중도 퇴진은 본인의 입지를 더 조여왔을테다. 거기다 사정기관의 칼날도, 여론의 비판적인 시각도 더해졌고 이겨내기 어려운 하루하루가 그를 엄습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수개월 전 취재차 그와 통화했던 기억에 더욱 마음이 쓰린다. 워낙에 노련한 인물이니까 지금의 시련도 잘 이겨내리라고 믿었었기에 그가 힘들다고 했던 토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실에 미안함이 크다.

지금, 그가 모든 것을 걸고 이루고자 했던 정권탈환은 현 시점에서 오히려 보수의 궤멸을 불러왔다.

계엄과 탄핵 정국에 이어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는 각종 비위 혐의들. 거기다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보이는 낯부끄러운 행태까지.

아직도 자신들의 능력으로 확보한 정권을 찬탈 세력에 부당하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듯한 그들의 행태는 정권 창출을 위해 희생을 감내했던 이들조차 부인하는 것 아닌가.

최소한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미안함이라도 갖췄다면 이제 더이상 해를 끼치는 행위를 제발 멈추길 희망한다. 아직도 남아있는 그들의 입김이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하는 보수정당의 전당대회까지 지배하는 것을 더이상 눈뜨고 보기 어렵다.

최호 전 도의원의 명복과 유가족의 안녕을 기원한다.

정진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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