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피스톨 그립→프렌치 그립
'과감한 결정·하고 고치자' 생각
플레이스타일·마인드 변경 도움
선발진 4번 중 3번 입상 실패 불구
항저우 금 최인정 꺾고 최종 합류

10일 경기체고 펜싱훈련장에서 민지원(경기도청)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민규기자
10일 경기체고 펜싱훈련장에서 민지원(경기도청)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민규기자

경기도청 펜싱 여자 에페 민지원(26)이 2025~2026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은 이변에 가까웠다.

지난 5일 국가대표선수 선발대회를 겸해 열린 김창환배전국남녀펜싱선수권대회서 개인전 우승을 달성하기까지 민지원은 올해 4차례 진행된 선발전 중 3번의 대회에서 입상권에 들지 못해 랭킹포인트 8점에 그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올해 마지막 선발대회서 민지원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최인정(랭킹포인트 38점·계룡시청)을 8강서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킨 뒤 금메달을 거머쥐며 단숨에 랭킹포인트 40점에 도달, 국가대표 마지막 엔트리에 합류하는 쾌거를 이뤘다.

민지원은 “주변에서 어떻게 될 지는 모른다고 격려했지만 솔직히 우승해서 국가대표로 선발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며 “플레이 스타일을 바꾼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큰 욕심 없이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한 덕에 우승까지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고 선발 소감을 밝혔다.

이 같은 배경에는 2023년 경기도청에 부임한 뒤 이듬해 한국실업종별펜싱선수권대회 여자 에페 단체전서 창단 23년 만에 팀의 우승을 이끌어낸 김승구 코치의 지도력도 한몫했다.

민지원은 “지난해 단체전 우승도 마찬가지고 경기 운영과 전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코치님의 역할이 되게 컸다”라며 “특히, 제가 경기에 임할 때 결단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인데, 이번 대회서도 출전하기 전에 코치님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하셨고 시합 중에도 자주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감하게 결정하고, 틀리거나 실수하더라도 일단 하고 고치자는 생각으로 임했고 이러한 마인드가 크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10일 경기체고 펜싱훈련장에서 훈련 중인 민지원(경기도청)이 김승구 코치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노민규기자
10일 경기체고 펜싱훈련장에서 훈련 중인 민지원(경기도청)이 김승구 코치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노민규기자

1년 전 김 코치의 권유로 선수 생활 11년간 유지해 왔던 피스톨 그립을 버리고 프렌치 그립으로 플레이스타일을 바꾼 것도 민지원에게는 큰 원동력이 됐다.

민지원은 “그립을 바꾼 것이 경기력 향상에 큰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 성적 부진으로 헤매고 있었던 상황에서 상당한 돌파구가 됐다”며 “기본기나 전술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그동안 잊고 있었던 펜싱에 대한 열정을 찾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승구 코치가 평가하는 민지원의 가장 큰 장점은 175㎝라는 큰 키에 걸맞지 않은 빠른 스텝이다.

김 코치는 “성실함과 더불어 움직임에 가능성을 봤다”며 “스텝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에페에서 민지원은 키가 큰 신체적 조건임에도 스텝이 좋기 때문에 상대방이 거리를 잡기가 힘들고, 프렌치 그립으로 바꾼 뒤에는 이러한 장점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부임 후 경기도청 에페 펜싱팀의 가능성을 일궈내고 있는 김 코치의 비결에는 기술 훈련과 더불어 운동수행력과 재활운동 등 신체기능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기능적 훈련법(functional training)이 주목받고 있다.

김 코치는 “저는 기술 훈련에 집중하고, 기능 훈련 트레이너를 따로 섭외해 선수들의 신체적 컨디션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베테랑 선수인 최은숙(광주서구청)이 플레잉코치로 합류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이 더욱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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