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정치는 대통령과 부통령 제도로 막을 열었습니다.

1948년 7월 17일 헌법이 공표되면서 7월 20일 제헌국회의원들에 의해 초대 대통령으로 이승만 후보가 선출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대통령과 부통령이 같은 정당으로 러닝메이트(Running mate)가 돼 선거에 임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출마하여 선거에 나가는 독특한 형태를 지닌 정치 체제로 출발했습니다.

투표도 대통령 따로 부통령 따로 유권자들이 투표했습니다.

초대 부통령은 독립촉성회의 이시영(1868~1953)후보가 당선돼 1948년 7월 24일 취임했습니다. 당시 부통령 출마자들과 득표수를 보면 국회의원 198명이 투표했는데 1위 이시영 후보 113표, 2위 김구 후보 65표, 3위 조만식 후보 10표로 기록돼 있습니다. 2차 투표로 이시영 후보가 133표로 당선되고, 2위 김구 후보는 62표였습니다.

이시영 부통령은 1910년 국권 피탈후 전재산을 팔고 이회영 등 6형제와 만주로 이사해 신흥무관학교를 설립, 독립군양성에 힘썼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창립 요인으로 일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한 애국지사입니다. 그러나 1950년 6.25 사변으로 부산으로 피난했던 이시영 부통령은 국민방위군사건에 항의하여 부통령직을 1951년 5월 16일 사임하고, 그 후 이승만 대통령에 대항해 1952년 5월 제2대 대통령에 출마했으나 낙선하면서 정계에서 은퇴했습니다.

제2대 부통령은 김성수(1891~1955)선생이 1951년 5월 16일 국회의원 151명의 투표로 진행되었는데 1차 투표에서 65표로 김성수 후보가 1위, 2위는 이갑성 후보 53표, 3위는 함태영 후보가 17표였고, 2차 투표에서 김성수 후보가 68표로 1위, 2위는 이갑성 후보가 65표, 김성수 후보가 2대 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그러나 김성수 부통령은 이승만정부의 독선과 독재와 부산정치파동에 항의해 이 정부에 머물러 있는 것만으로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이며 민족만대에 작죄(作罪, 죄를 지음)하는 것이라면서 1952년 6월 28일 부통령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그후 제3대 부통령은 국민의 직선제에 의해 선출됐습니다.

무소속의 함태영(1872~1864)후보는 대한제국의 법관출신이며 3.1운동 민족대표 48인 중 한 분으로 3년의 옥고를 치렀으며 출옥 후 평양 신학교를 나와 목사가 된 특이한 경력을 지녔습니다. 해방 후 제2대 심계원(지금의 감사원)원장을 역임하다가 1952년 8월 제3대 부통령에 당선되어 4년 임기(1952.8~1956.8)를 채운 부통령이 됐습니다.

제4대 부통령은 장면(1899~1966) 박사였습니다.

그는 이승만 정부에서 제2대 국무총리를 역임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초대 주미대사로 북한보다 앞서서 유럽과 미국 등 여러 나라들로부터 국가 승인을 받아낸 탁월한 외교력과 6.25사변이 나자 며칠만에 유엔군 참전을 이끌어낸 외교관으로의 노력과 업적은 우리 정치사에 최대 능력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의 부통령 당선은 한국 정치사의 아이러니로 대통령은 자유당의 이승만 박사가 당선되었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신익희 선생의 돌연사로 민주당 러닝메이트 장면 박사가 당선돼 정치적 불균형이 이뤄졌고, 대통령과 부통령이 재임 중 얼굴도 마주치지 않을 정도의 쌍방대립과 증오의 동거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제5대 부통령으로 이기붕(1897~1960) 국회의장이 당선됐는데 한국정치사의 가장 큰 비극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그는 서울특별시장, 국방부장관, 국회의장 등 중요한 직책을 역임했습니다. 그는 자유당 2인자로 후사가 없던 이승만 대통령에게 자기 아들 이강석을 양자로 입양시키며 권력의 중심에 섰습니다. 1960년 3월 15일 정·부통령선거에서 부정선거로 부통령에 당선되었고, 이어 4.19혁명으로 일가족이 경무대(지금의 청와대)로 숨어들어갔다가 1960년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선언으로 더이상 이승만 대통령 권력에 의지할 수 없게 되자 4월 28일 아들 이강석 소위가 권총으로 아버지 이기붕, 어머니 박마리아, 동생 강욱을 쏘아 살해하고 자기도 자살하는 참혹한 일생을 마쳤습니다.

민초들은 감히 우러러 보기조차 어려운 부통령이란 자리에 올랐던 다섯분의 모습을 보며 한국 정치의 어제와 내일을 조명해봅니다.

유화웅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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