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현장은 예기치 못한 어려움과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내하며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결국 결실을 맺는다고 믿습니다.”
젊은 나이에 소아마비 장애를 얻으면서 장애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김원종(65)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장이 22일 중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사회복지의 가치다.
그는 27살부터 장애인과 관련된 협회에 종사했다. 1989년 서울 지체장애인협회 강동지회를 시작으로 광주시 지회장, 사무국장 등 다양한 직책을 수행했다.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과 외부 소통을 주도하는 자리에 서게 된 것은 그의 큰 사명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10월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장을 맡게 된 김 회장은 현재 한쪽 다리를 못 쓰고 남은 한쪽 다리도 손상돼 있는 상태다. 그는 “장애인 당사자로 오랜기간 살다보니 장애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를 소개해 주신다면.
“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과 사회참여 확대, 장애인의 권익 및 자립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애인의 의료·교육·직업·법률 등 다양한 욕구를 전화, 방문, 내방 등의 방법으로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제공 및 연계하는 ‘경기도장애인종합민원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31개 시·군의 장애인 당사자를 활동요원으로 위촉해 편의시설에 대한 이용자 불편·개선 사항에 대한 계도활동 및 캠페인을 진행하는 ‘경기도장애인편의시설설치 도민촉진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이 편리하게 시설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건축물과 이동편의시설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기준의 적합성 확인을 위한 ‘경기도장애인편의증진기술지원센터’와 ‘경기도이동편의시설기술지원센터’를, 이외에도 ▶장애인택시운전원양성사업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장애인인식개선 양성사업 ▶경기도지체장애인스포츠연맹 등을 통해 도내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 장애인 인권 활동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시다면?
“1989년 서울 강동지회 총무로 협회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IMF로 개인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다시 복지 현장으로 돌아왔고, 제 삶과 경험이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해야 한다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 최근 몇 년간 장애인 복지 가운데 가장 긍정적인 변화가 있으시다면.
“경기도에서는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 저상버스와 같은 교통 접근성 강화, 돌봄 서비스 확대에 힘쓰고 있다. 특히 고령 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을 위한 생활 지원 서비스가 조금씩 체계화되고 지자체별로 특화된 복지 프로그램이 도입되는 점이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변화의 신호라고 생각한다.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작은 변화가 쌓여야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 아직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어떤 점이 있으시다면.
“장애인 단체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처우 문제는 오래된 과제다. 이들은 사회복지사로서 충분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고 있음에도 낮은 급여와 불안정한 고용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대부분의 단체가 회비나 자체 수익이 아닌 공공지원에 의존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처우 개선이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헌신이 평가절하되어선 안 된다. ‘장애인 단체의 보호와 육성’이라는 법적 원칙이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안이 절실하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장애 가정 내에 문을 연다든지, 세면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등의 기술이 개발됐으면 좋겠다. 인공지능은 아직 장애인들에게 먼 꿈나라 이야기처럼 들려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재임 기간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성과가 있으시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중증 장애인분들이 직접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 나서서 강연을 했던 때이다. 그중에서도 뇌병변 장애를 가진 한 젊은 강사가 학교 강단에 올라 또박또박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연습과 자기 극복의 시간이 있었을지 알기에 그 장면은 단순한 강의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강사에게 보내는 박수 속에서 ‘우리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시작이 될 수 있구나’라는 확신을 다시금 느꼈다.”
-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나 프로젝트가 있으시다면.
“장애인 복지는 끊임없이 새로운 테마를 개발하고 연구해야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홈 복지 모델을 경기도 전역에 보급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현재 시범사업 단계에서 더 나아가 실제 가정에 설치해 당사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복지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또 고령 장애인을 위한 ‘쉼마루’쉼터를 31개 시·군 전체로 확대해 모든 지역에서 접근 가능한 맞춤형 복지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두 사업은 편의 향상을 넘어 장애인의 존엄과 자립을 위한 필수 인프라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협회는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대표적인 캠페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사자가 직접 강사로 나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런 강연은 장애인을 단순히 ‘지원이 필요한 존재’로 보는 시선을 바꾸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 학교, 기업, 공공기관 등 다양한 현장에서 이러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회장님에게 장애인 복지 활동이란 어떤 의미인지.
“제 좌우명은 ‘가장 오래 참는 자가 가장 먼저 성취한다’이다. 사회복지 현장은 예기치 못한 어려움과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내하며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결국 결실을 맺는다고 믿는다. 저 역시 이 마음으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제 자리를 지키며 걸어갈 것이다. 처음 장애인 복지를 시작할 땐 큰 성과보단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가 중요하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시도가 쌓이고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면 반드시 의미있는 성과가 찾아온다. 포기하지 말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힘을 모아 꾸준히 나아가길 바란다.”
- 경기도민과 지체장애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저에게 협회장이라는 자리는 인생의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한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이라는 말처럼, 큰 을 품고 묵묵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걸어갈 것이다. 우리 경기도민, 지체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의 당당한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과 작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우리 지체장애인 여러분은 가진 꿈과 가능성을 결코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때로는 삶이 버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순간에도 협회는 여러분 곁에서 손을 잡아드릴 것이다. 경기도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 기대고 힘을 나누며 함께 살아간다면 우리는 반드시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와함께 장애인분들이 과거에는 수혜성 지원이나 장애인을 위해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무엇을 해줘야 한다는 인식, 우리를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것은 도덕성 행위에 어긋난다. 적어도 경기도 내 장애인분들은 본인이 나가서 활동하고 목표를 세워 자기 개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최영재 기자
사진=임채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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