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그의 3선 도전 여부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6월 민선 4기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해결할 일이 많다”며 ‘읽걷쓰 기반 AI융합교육 5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미래를 내다본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의 3선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건 결국 내년 6월 제9회 지방선거에서의 당선 가능성이다. 진보·보수를 망라하고 여러 주자가 3선 저지에 나설 태세지만 대중적 인지도 등 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핵심 지표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인물은 역시 도 교육감이다.
도 교육감의 최대 자산이자 무기는 2018년 첫 당선 이후 7년 넘게 인천교육을 책임지고 이끌며 쌓아온 그 ‘시간’이다. 그는 이 기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읽걷쓰’(읽기·걷기·쓰기)를 비롯해 학생성공버스, 입학지원금 등 다양한 교육복지 정책을 쏟아내며 5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인천 학부모들에게 이름을 각인했다. 현직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상적이고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인지도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몸소 증명한 인사다. 도 교육감처럼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박 교육감은 윤석열 정부 출범 1개월여 만에 열린 제8회 지방선거에서 보수진영 단일후보를 0.47%p 차로 꺾는 ‘기적’을 연출했다.
소위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경남에서, 그것도 보수정권의 직·간접적 지원을 받는 보수 단일후보를 이긴 가장 큰 힘은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박 교육감이 쌓아온 인지도와 정책 성과라는 평가가 많았다. 박 교육감의 상대도 교사 출신에 경남교육청 간부 등을 지낸 교육전문가였지만 처음 출마하는 선거였고 인지도 등 여러 면에서 현직을 따라갈 수 없었다.
박 교육감은 당시 선거에서 보수층 표심을 의식해 “교육엔 이념이 없다”며 다소 우클릭을 했지만 도 교육감은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인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년여 만에 치러지는 선거인 데다, 진보 또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인천에서 승부를 펼치기 때문이다.
오히려 도 교육감으로서는 진보층 표심을 단단히 다잡는 게 현재로선 절실해 보인다. 그는 지금 지난해 10월 사망한 학산초등학교 특수교사 진상조사 문제로 취임 후 최대 위기에 놓여 있다. 전교조 등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이 특수교사 사망에 도 교육감의 책임이 크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고, 차기 교육감 선거 출마가 유력시되는 진보 성향의 임병구 인천교육연구소 이사장 등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도 교육감이 해당 특수교사의 사망에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넘어 법적·행정적 책임이 있는지,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경쟁자 등까지 동참한 자진사퇴 공세가 시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논란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그의 3선 가도가 뜻밖의(?) 난관에 부딪힌 형국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도 교육감은 지난 2018년·2022년 선거 때처럼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나서는 게 어려워지고 자연히 당선 가능성도 흔들릴 수 있다. 보수진영 후보들이 단일화에 성공할지 미지수지만 진보 쪽 표가 갈리면 어부지리로 보수 후보가 교육감에 당선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도 교육감은 대통령실과 교육부 등을 찾아 사망한 특수교사의 순직 인정과 특수교육 여건 개선을 호소하며 위기를 정면돌파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교육청 내부 회의에서 “고인의 유족께서 겪고 계신 깊은 고통 앞에 교육감으로서 끝내 지켜드리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사퇴를 촉구하는 진보 교육단체 및 인사들이 도 교육감의 이런 행보를 긍정적으로 볼 리 만무하지만, 그로서는 온 힘을 다해 ‘진정성’을 확인시키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어쩔 수 없이 도 교육감의 3선 도전 선언은 상당 시간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언제일지 예측하기 어려우나 바로 그 선언의 순간 진보진영, 아니 내년 교육감 선거의 전체 판도가 명징하게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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