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 도로변에 지역 단체들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도입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이석중 기자
연천군 도로변에 지역 단체들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도입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이석중 기자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공모를 추진하는 가운데 연천군에서는 “이 사업은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청년 유출로 위기를 겪고 있는 접경 농촌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기본소득이야말로 지역 활력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정부가 농촌 소멸 위기를 완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다. 일정 기간 동안 농촌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 생활 안정을 지원하고, 더 나아가 지역 정주 여건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원 규모는 주민 1인당 월 15만 원, 연간 180만 원 수준이다.

재원은 국비 40%, 도비 30%, 기초지자체 30% 분담 구조로 설계됐다. 군비 부담도 일정 부분 발생하지만, 군은 이를 ‘지역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본다. 군 관계자는 “농촌에서 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주민 정착과 지역 유지에 실질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며 “지역내 경제 선순환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3일 연천군 청산면을 방문해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하며 주민들과 환담한 뒤 기념 글을 남기고 있다. 사진=연천군청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3일 연천군 청산면을 방문해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하며 주민들과 환담한 뒤 기념 글을 남기고 있다. 사진=연천군청

실제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경기도는 지난 2021년 연천군 청산면에서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주민 모두에게 매월 15만 원을 지급한 결과, 첫해에만 인구가 전년 대비 8.3% 증가한 322명이 늘었고, 음식점·편의점·미용업 등 신규 사업체가 12곳 등록됐다. 소득 지원이 곧바로 인구 유입과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한 생활 안정 차원을 넘어, 농촌 기본소득이 지역 정착과 경제 순환을 촉진하는 정책적 효과를 증명한 것이다.

군민들도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청산면에서 농사를 짓는 A씨(76세)는 “기본소득이 시행되면 주민들이 지역 상권에서 물건을 사게 돼 경제에 보탬이 된다”며 “농민들 역시 농자재나 농약을 구매하는 데 도움이 되고, 특히 대형마트만이 아니라 동네 소매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분담 비율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중앙정부가 책임을 더 져준다면 훨씬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통시장에서 자영업을 하는 또 다른 주민 B씨(50대)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지역 분위기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쪽”이라며 “전국 69개 시·군 가운데 6곳만 선정된다고 하는데, 연천은 이번에 꼭 포함돼야 한다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군민단체마다 현수막이 걸릴 정도로 열기가 높다”며 “과거에는 군인들 덕분에 지역이 북적였지만 지금은 활력이 떨어졌다. 이런 사업이야말로 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에 꼭 필요한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장 분위기는 전문가 분석과도 맞닿아 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은 지역 소비와 경제 순환을 촉진하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며 “주민 일부가 저축을 하더라도 상당 부분은 생필품·농자재·지역 상권에서 재투입돼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다만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중앙정부와 광역정부 차원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천군은 수도권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경지역 특수성과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인해 발전이 제한돼 왔다. 산업 기반 부족과 일자리 고갈은 젊은 세대의 지속적인 외부 유출로 이어졌고, 고령화율은 이미 30%를 넘어 농촌 공동체의 존속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은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만든다.

군은 조만간 주민 여론 수렴과 자체 재원 마련 방안을 병행해 공모 참여 전략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연천은 수도권이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군사 규제로 각종 개발이 제한돼 왔다”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접경지역 주민의 삶을 지탱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지역을 지키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범사업 유치 여부는 연천군의 미래 방향을 좌우할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단순히 현금성 지원을 넘어 농촌 소멸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정책적 실험이 연천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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