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
파리드 자카리아 / 부키 / 600쪽
“정치는 수천 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인간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정치의 외형은 변했지만 권력 투쟁과 권력의 행사라는 정치의 핵심적 관심사는 변하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뒤바뀌고, 극심한 대립으로 분열을 거듭하는 요즘, 이런 현상이 과연 진보일지 퇴보일지에 대한 답을 설명하는 책이 출간됐다.
CNN의 간판 국제 정세 프로그램 ‘파리드 자카리아 GPS’ 진행자이자 미국 최고의 국제 정치 전문가 파리드 자카리아가 10년에 걸쳐 집필한 이 책은 근대 400년의 역사적 통찰로 모두가 궁금해하는 오늘의 세계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눠 과거와 현대의 비교를 통해 오늘날의 갈라진 세계, 민주주의의 위기, 끊임없는 일상의 혁명과 거센 역풍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1부에서는 네덜란드 혁명, 영국의 명예혁명, 프랑스 혁명, 미국 혁명, 산업 혁명 등 20세기 이전의 혁명을 설명하며 지나온 변화 과정에 대한 고찰을 담는다. 명예혁명은 유혈 사태 없이 입헌주의를 확립했지만, 정치 참여의 협소성이라는 한계를 남겼으며, 프랑스 혁명은 자유와 평등의 기치를 내세웠지만, 공포 정치와 나폴레옹 제국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저자는 이처럼 모든 혁명이 진보와 역풍이 동시에 나타나는 변증법적 과정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기존 역사서에서 각각의 개별 혁명사로 취급한 숱한 혁명의 역사를 일괄적으로 관통해 설명한다.
이어 2부에서는 현대 세계를 규정하는 네 가지 혁명에 주목한다. 세계화 혁명·정보 혁명·정체성 혁명·지정학 혁명을 아울러 현대 혁명으로 규정하고 오늘날 급속한 변화를 초래한 현대 혁명을 과거의 혁명과 비교하며 지금의 세상을 통합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책에서 설명하는 저자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반발과 역풍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역사의 진보를 지속할 것인가”다. 저자는 혁명이라는 단어에는 ‘급속하게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과 함께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 하는 반작용’이라는 두 가지 뜻이 다 내포돼 있음을 강조하며 논지를 전개한다.
어떤 역사는 진보의 궤적과 함께 앞으로 진일보하는 반면, 어떤 경우에는 역풍을 이기지 못하고 과거로 후퇴한다. 책은 이런 과거의 예시를 통해 기술과 경제의 변화에 따라 창출된 사회적 진보의 힘과 이에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반발과 역풍을 어떻게 관리하고 통합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속 성장을 통해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우리나라 역시 외환 위기, 불평등, 청년 실업, 지역 소멸과 같은 역풍에 놓여있는 지금, 책을 통해 혁명과 역풍이 압축적으로 교차하는 우리 사회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준도 기자



AI기자 요약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