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양원리와 미산면 백석리. 지도상 몇 킬로미터 떨어진 이 마을들은 ‘친환경’ 깃발을 달고 들어온 사업들로 갈등의 중심이 됐다. 양원리에서는 태양광 발전소가, 미산면에서는 스마트팜 조성 사업이 주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문제의 핵심은 절차보다 ‘신뢰’다.

태양광 사업은 소규모 허가를 쪼개서 진행되면서 주민 동의 과정이 희박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스마트팜은 사업 안내에서는 빠졌던 음식물자원화시설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파문을 키웠다. 행정은 “법적 절차에 문제 없다”고 말하지만, 주민들은 “법 이전에 사람을 보고 설명했어야 한다”고 맞선다.

현장에서는 정보 비대칭이 그대로 드러난다. 군청 공무원과 사업 담당자들은 서류와 규정을, 주민들은 삶과 안전을 이야기한다. 한 주민은 “친환경이라는 말에 속았다. 우리 생계와 건강을 담보로 한 개발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말은 감정이 아닌 현실적 불안의 표현이다.

우리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친환경의 진정성’이다. 에너지를 전환하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사업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이름으로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지우고, 절차적 투명성을 희생한다면 그것은 친환경이 아니라 명분의 탈을 쓴 일방적 개발이다.

해법은 단순하다. 초기 단계부터 충분한 정보 공개와 주민 협의, 대안 제시가 있어야 한다. 주민의 불안을 해소할 구체적 보완책과 감시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행정은 규정 준수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 주민의 삶이 달린 문제에서는 ‘왜’가 아닌 ‘누구를 위해’가 먼저다.

기자는 현장에서 느꼈다. 갈등은 제도가 아니라 소통의 부재에서 번진다. 친환경이라는 고상한 목적이 진정한 가치를 가지려면, 그 출발은 주민의 신뢰 회복이어야 한다.

이석중 지역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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