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스타일의 패션, 카세트 플레이어, 필름 카메라, 오래된 게임기···. 한때 구식이라 불리던 것들이 일상의 중심으로 되돌아왔다. 또 다시 ‘레트로’다.

패션과 문화는 언제나 돌고 돈다지만, 매번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이다. 과거를 흉내 내는 단순한 복고를 넘어 그 속에서 마음의 여유와 안정감을 찾으려는 갈증이 담겼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트렌드가 바뀌고, SNS 속 유행은 찰나에 사라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는 빠른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느라 지친 마음을 우린 ‘낡은 것들’에서 달랜다.

카세트 테이프를 넣고 버튼을 누르는 촉감으로 학창 시절의 나를 떠올린다. 필름 카메라의 ‘찰칵’ 소리로 부모님의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레트로는 잊고 지낸 감각을 되살린다.

오래된 공장을 리모델링한 카페, 세월의 흔적이 묻은 간판을 그대로 살린 식당, 부모 세대의 물건을 전시하는 소품숍까지…. 모두가 ‘낡음’에 ‘새로움’을 부여한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 한복판에서 오래된 것은 이제 낡은 게 아니라 ‘쉼의 언어’가 되고 있다.

레트로 열풍은 세대의 심리를 보여준다. 불확실한 미래와 팍팍한 현실 속에서 과거는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세계다. 단순하고 느렸지만, 확실했다. 과거의 감성을 소비하며 현재의 불안을 달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과거를 그대로 따라 하지 않는다. 옛 감성에 지금의 취향을 덧입혀 ‘뉴트로(Newtro)’로 재해석한다. 오래된 레코드가 스마트폰 음악 앱과 공존하고, 필름 카메라가 수많은 SNS 피드 속에서 빛난다. 과거를 빌려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한 세대의 창조적 언어다.

레트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변하지 않는 것들 속에서 마음을 쉬게 하고, 낡음 속에서 진정성을 찾는 일이다. 오늘의 새로움은, 낡은 곳에서 다시 시작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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