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배우며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먼저 나았어요.”
국가무형유산 ‘선소리산타령’ 전승교육사이자 소리꾼인 소천(巢天) 이장학(67) 선생은 늦깎이 국악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치과기공소를 운영하던 그는 30대 중반, 우연히 본 국악 전수소 간판을 계기로 소리의 길에 들어섰다.
“출근길에 보던 간판이 이상하게 눈에 밟혔어요. 그냥 문을 두드렸죠. 지금 돌이켜보면 운명이었습니다.”
이후 새벽 5시부터 장구를 잡고 연습하며 국악에 몰두했다. 그 열정으로 스승 최창남 명창의 수제자가 되었고, 마침내 ‘선소리산타령’ 전승교육사 반열에 올랐다.
그는 출퇴근길 승용차를 연습실로 삼을 만큼 소리에 인생을 걸었다. “소리는 단순한 노래가 아닙니다. 삶의 숨결이자 마음의 언어죠.”
특히, 전통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 없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그였다. 그렇게 기타와 비파의 구조를 결합, 우리 소리에 맞는 음색을 낼 수 있는 악기 ‘소천금(巢天琴)’을 직접 제작하게 된 것이다.
이 악기로 노래하는 ‘소천금 병창(倂唱)’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장르로 평가받고 있다.
“나에게 노래는 삶의 숨결이자 마음의 언어입니다.”
“전통을 시대에 맞게 숨 쉬게 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에 맞게 숨 쉬게 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그것이 진짜 전승이지요.”
이 선생은 고향 남양주시 진접읍 연평리의 150년 된 한옥에 ‘소천재(巢天齋)’ 현판을 걸고, 사랑방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2005년부터 매년 가을 열리는 ‘소천재 사랑방 음악회’는 지역 예술인과 주민이 함께하는 마을 축제로 자리 잡았다. 국악과 전통춤은 물론 성악, 재즈, 팝 등 다양한 공연이 어우러져 진정한 ‘문화 난장’으로 평가받는다.
“사람이 모이고, 웃고, 노래하면 그것이 곧 예술입니다. 소천재는 사람과 예술이 숨 쉬는 공간이에요.”
이 모든 활동 뒤에는 아내 성열옥(60) 여사의 헌신이 있다. 그는 “소천재의 진짜 주인은 아내”라며 미소를 지었다. “손님이 수십 명씩 와도 늘 웃으며 맞이합니다. 사랑방이 따뜻한 이유는 아내 덕분이죠.”
이장학 선생은 한때 인사동에서 ‘막걸리 아리랑’ 공연을 정기적으로 올리기도 했으나, 지금은 고향 소천재에서 사랑방 문화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소리를 통해 사람을 잇고, 사람을 통해 세상을 잇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평생 하고 싶은 일입니다.”
소천 이장학 선생은 다음 달 3일 구리아트홀 유채꽃극장에서 열리는 ‘명인·명무와 함께하는 예인의 길’ 공연 무대에 올라, 소천금 병창과 선소리산타령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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