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 삼영금속 대표.정선식기자
김민준 삼영금속 대표.정선식기자

“50년 장수 기업으로 버텨올 수 있었던 이유는 품질에 대한 고집 덕분입니다.”

삼영금속㈜ 김민준 대표는 할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가업을 3대째 잇고 있다.

삼영금속은 공식적으로 1990년을 창립 연도로 삼고 있지만, 그 뿌리는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도 부천에서 시작된 ‘삼미금속 부천대리점’이 삼영금속의 실질적인 출발점이었다.

김 대표는 “창업주께서 미군 부대에서 배관 관련 일을 하셨다”며 “그때 삼미금속에서 수입한 배관이 인기가 높았는데, 그룹이 해체되면서 우리가 자회사를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영금속이 생산하는 주력 제품은 ‘프레스 피팅(Press Fitting)’이다.

정식 명칭은 ‘일반 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 프레스식 관 이음쇠’로, 공동주택이나 오피스 빌딩 등 물이 필요한 모든 건축물에 사용된다.

김민준 삼영금속 대표.정선식기자
김민준 삼영금속 대표.정선식기자

일반적인 배관은 용접으로 연결하지만, 삼영금속의 제품은 압착(프레스) 방식으로 결합된다.

이음쇠와 파이프가 함께 육각(몸통) 및 원형(오링)으로 3중 압착되어 충분한 접속 강도를 냄과 동시에 비틀림 저항성 또한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일반 아파트의 수압은 약 5bar, 초고층 건물은 15bar 정도이지만, 우리 제품은 수압 50bar 테스트를 거뜬히 통과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용접식 배관은 10년 정도 지나면 부식이 생기기 쉽지만, 프레스 피팅 방식은 그럴 염려가 거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대만·일본 등 아시아 선진국은 물론, 프랑스·독일 등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미 프레스 피팅이 배관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김민준 삼영금속 대표.정선식기자
김민준 삼영금속 대표.정선식기자

하지만 기술력에서 뒤지지 않는 한국에서는 아직 점유율이 낮은 편이다.

그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과거의 부실 시공 관행을 꼽았다.

그는 “1980년대 삼미가 처음 프레스 피팅을 도입했을 때는 제품 가격이 매우 고가였다. 하루 일당이 1천 원이면 제품 가격이 2천 원 했다. 삼미가 직접 개발을 시도하다 도산하면서 하청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했는데 이게 화근이 됐다. 이 기술은 고무링의 재질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들이 저가 고무링을 사용하면서 품질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관행이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배관 하자 문제가 발생했고, 기술에 대한 불신이 퍼졌다”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기업의 양심’이었다”고 강조했다.

삼영금속은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품질 우선주의’를 고수해 왔다.

그 결과,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모든 규격의 프레스 피팅 제품에 대해 KS 인증을 획득했다.

김 대표는 “건물의 수명과 배관의 수명이 같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지금까지 왔다”며 “배관이 창호처럼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어서 기술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늘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배관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지만, 우리가 그동안 그래왔듯 앞으로도 묵묵히 신뢰를 지켜나가겠다”며 “언젠가 소비자들이 ‘그 제품 참 좋았지’라고 기억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켜온 50년의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100년 기업으로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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