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에서 간호조무사 일을 하고 있는 백재연 씨.
인천 강화군에서 간호조무사 일을 하고 있는 백재연 씨.

간호조무사, 행정사, 의료통역사, 응급처치 AED(자동심장충격기) 강사, 시민감사관, 펜션 운영자….

인천 강화군과 계양구, 서울 등을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백재연(67) 씨는 평소 ‘나 자신만을 위해 살 수 없다’는 신조로 끝없는 배움과 도전을 이어온 인물이다.

원래 그의 직업은 경찰공무원이었다. 2018년 정년 퇴직 전까지 강화경찰서·인천경찰청 등에서 주로 정보외사와 경호 분야를 맡아 일했으며 해외에 파견돼 유엔 평화유지경찰임무단(UNMIT) 소속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의 이력 중 가장 독특한 것은 간호조무사다. 행정사·통역사 등은 경찰이나 해외 파견 근무와 연관이 있어 보이지만, 간호조무사는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경찰 퇴직을 앞두고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딴 백 씨는 젊은 날 군에 입대해 위생병을 지원하는 등 원래 간호 업무에 관심이 많았고, 해외 파견 근무 중에 심폐소생술과 AED 등 응급 처치로 환자를 살리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백 씨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 건강을 지키며 맡은 바 본분을 마다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응급 처치로 소생시킨 어르신 환자가 생을 더 연장하고, 가족들이 그분께 못 다한 효도를 하게끔 한 건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요양원에서 근무하며 방문간호조무사 자격까지 획득한 그는 다만 간호조무사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과 열악한 처우가 아쉽다.

인천시간호조무사회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과 사기 진작을 힘주어 외치는 이유다.

백 씨는 “인천시회에 취업도 전에 회비를 납부했을 정도로 간호조무사를 일을 좋아한다”며 “간호사에 비해 경력 인정을 안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를 주는 것은 중요한 돌봄인력에 대한 저평가다. 어떤 병원은 간호조무사에게 청소를 시키고 표찰도 못 붙이게 한다”고 했다.

그는 의사와 간호사는 보통 ‘선생님’으로 칭하지만 간호조무사는 ‘여사님’으로 부르는 병원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같은 의료인들끼리라도 서로 존중해야 하지만 의사·간호사 등이 간호조무사를 ‘여사님’으로 부르니 환자들도 따라 부르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백 씨는 간호조무사들이 공공의료기관과 기업체, 학교 등에 다양하게 진출하고 업무 영역이 제한받지 않도록 관련 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백 씨는 “정년이 없는 간호조무사 일을 계속하고 싶다”면서 특별히 평생 가정을 일궈준 아내와 간호사인 딸, 취업 준비 중인 아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말을 전했다.

그는 “자식들이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잘 놀기도 하는 생을 살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즉시제보 : joongboo.com/jebo
▷카카오톡 : 'jbjebo'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사회부) : 031-230-2330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에서도 중부일보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