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우리나라의 인구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고, 기반 시설이 조밀해 작은 예보 차이도 경제·교통·관광 등 여러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역입니다. 이에 매우 세밀하고 정확도 높은 예보가 요구되지만, 예보의 불확실성이 큰 환경적 조건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겨울철 방재 기간(11월 15일~2026년 3월 15일)에 접어든 17일. 김현경 제8대 수도권기상청장은 중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도와 인천, 서울 지역의 기상 관측·예보 등을 책임지는 업무의 중요성과 애로점을 동시에 짚었다.
지난 9월 취임한 김 청장은 “수도권기상청을 비롯한 지방청은 지역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접점이기에, 지방청 역할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며 “점점 더 예측이 어려워지는 날씨지만 정확도 높은 예보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의 흐름 속에 올여름도 기온과 강수 등 분야에서 각종 기록을 경신했던 만큼, 수도권기상청은 겨울철 기상재해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대비 태세를 갖추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기후변화와 관련해 수도권기상청이 분석한 과학적 근거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지원 등의 내용을 김 청장에게 들어본다.
-올해 ‘수도권 기초지자체 대상 방재기상업무협의회’를 신설했다. 협의회와 어떤 활동을 진행했나.
“기후변화로 과거에 없던 이상기상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기상·기후변화 정책과 관련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상 속 위험기상에 대한 선제 대응과 방재기상 분야의 밀접한 협력 강화를 위해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운영하던 방재기상업무협의회를 올해 시·군 단위의 기초지자체까지 확대했다. 올해 처음으로 수도권 시·군 단위 66개 기초지자체 등과 함께 방재기상업무협의회를 개최해 기상재해 대응을 위한 주요 방재 대책을 공유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재난 현장 실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의견을 수렴해, 위험기상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자 힘쓰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극한 호우 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겨울철 폭설이나 한파에 대해서는 어떤 대응체계가 구축돼 있나.
“점점 더 강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워진 호우 양상에 신속히 대응하고자, 기상청은 지난 2023년 ‘호우 긴급재난문자 직접 발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겨울철 다양한 자연재난에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문자 발송 확대를 단계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로 올해 12월부터는 폭설로 인한 피해가 예상될 경우 기상청이 직접 ‘대설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해 교통사고, 시설물 붕괴 등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고자 한다. 예보로 미리 준비하고, 특보로 사전 대비하고, 재난문자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3중 기상 안전망’을 구축해 국민에게 위험을 신속히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올여름 수도권에서 두드러진 기상 현상은.
“올해는 더위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해 8월 말까지 장기간 이어지면서,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는 한편, 경기 내륙에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6월 말부터 이른 더위가 나타나 8월 하순까지 지속됐고, 수도권의 여름철 평균기온은 25.8도로 가장 더웠던 지난해(25.7도)보다 0.1도 높아 역대 1위를 경신했다. 폭염일수는 18.7일로 평년보다 10.2일 많아 역대 4위를 기록했으며,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46일로 1908년 관측 이래 가장 길었다.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여름철 강수량은 629.1㎜로 집계돼 평년(805.9㎜)보다 적었고, 강수일수 또한 34.2일로 평년(38일)보다 적었다. 또 강수가 국지적으로 단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여름철 강수량은 주로 6월 중순, 7월 중순, 8월 중순에 집중됐는데, 8월 중순에는 파주와 인천에서 극값을 경신하는 등 기록적인 호우가 발생했다.”
-수도권 지역 기상 관측·분석 과정에 어려운 점은 무엇이며, 예보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수도권은 중국 육상에서 서해를 거쳐 섬이 많은 경기만을 지나며 강수대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등 변동성이 매우 큰 지역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과 해수온도 또한 높아지면서 구름대의 발달과 강도에 변화가 생기고, 같은 시·군 안에서도 시간당 강수량과 강설 강도가 크게 달라져 예측의 난이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에 최신 기상 장비를 활용한 레이더·위성·해양 관측 자료, 여러 수치 모델 자료를 수분 단위로 대조해 신뢰할 신호를 골라내고, 과거 사례와 국지적 지형 특성까지 함께 고려해 예보를 생산해야 한다. 수도권기상청은 수도권에 계절별로 나타나는 국지적인 위험기상을 예측하기 위해 여름철에는 소나기 정량적 판단 기술을 개발하고, 호우 극값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예상 적설량과 적설강도 등 지역 특화 예보 기술을 개발하고, 각종 교육 및 훈련을 통해 지역 예보관의 역량을 기르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기후 적응’의 개념을 정의한다면. 적응을 위해 마련한 전략은.
“‘기후 적응’은 이미 발생 중이거나 앞으로 불가피하게 일어날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경제·환경 시스템을 조정하고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온실가스 감축이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노력이라면, 적응은 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해 전국 지자체가 5년마다 지역 특성에 맞는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수립하도록 했는데, 수도권기상청은 지자체가 적응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 5월 경기도·서울시와 ‘기상·기후 정책대응 협의회’를 구성해, 맞춤형 기후 정보를 제공 중이다. 내년에는 경기도와 인천, 서울이 4차 지방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수립할 예정인데, 이들 지자체가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실행 가능한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상·하반기에 관계기관과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수도권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수도권기상청은 더욱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상·기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기상 정보 수요자인 지역 주민이 정보를 잘 전달받고 활용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 가교 역할에 충실하겠다. 수도권기상청을 비롯한 지방청, 그리고 기상청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강현수기자·사진=노민규기자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에서 기상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상청에서 기상서비스진흥국 기상서비스정책과장, 지진화산국 지진화산정책과장 등의 직책을 두루 거친 뒤 지난 2022년 3월부터 2년간 부산지방기상청장을 역임했다. 2024년 3월부터 2025년 9월까지 기상청 기상서비스진흥국장, 기후과학국장 등의 직책을 맡다가 올해 9월 19일 제8대 수도권기상청장으로 취임했다. 1970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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