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교통 체증과 집안 사정으로 유난히 긴 설 연휴를 홀로 집에서 보내야 하는 이들을 위해 연휴 기간 볼만한 OTT 플랫폼 오리지널 신작을 골라 소개한다.
영화에 관심 많은 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로샨 가문 이야기’부터 비극적인 역사를 사실감 있게 묘사한 드라마 ‘사나운 땅의 사람들’은 깊이 있는 연출로 짙은 메시지를 선사할 작품이다. 긴 연휴의 동반자가 될 드라마와 예능도 준비돼 있다. 세간에서 한창 이슈몰이 중인 디즈니+의 ‘트리거’, 티빙의 ‘원경’, 그리고 흥행을 거듭한 두뇌 서바이벌 시리즈 ‘피의 게임3’는 연휴의 지루한 시간을 달래줄 것이다.
▶로샨 가문 이야기(The Roshans) - 넷플릭스 / 다큐멘터리 / 4부작
‘로샨 가문 이야기’는 인도 영화 산업 ‘발리우드’의 영화 음악을 이끈 로샨 가문의 역사를 조명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작품은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각 회차에 로샨 가문의 역사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인도 영화 산업의 초석을 다진 ‘음악 마에스트로’ 로샨 랄 나그라트부터 차분하고 절제된 작곡 스타일로 독보적인 명성을 쌓은 라제시 로샨, 전설적인 가족의 그늘에서 성장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한 리틱 로샨까지 총 3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았다. 모든 과정이 그렇듯 로샨 가문의 주인공들도 발리우드의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고충과 난관을 헤쳐가며 전설적인 작업을 해낸다.
많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전설적인 협업을 통해 인도 영화계를 혁신한 로샨 랄 나그라트와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멜로디로 역사적인 성공을 만들어 낸 라제시 로샨, 새로운 길에 도전해 발리우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한 리틱 로샨의 서사는 영화광뿐만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는 모든 이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사나운 땅의 사람들(American Primeval) - 넷플릭스 / 드라마 / 6부작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6부작 드라마 ‘사나운 땅의 사람들’은 미국 개척시대 모르몬교가 행한 ‘메도우 산 학살’을 배경으로 하는 서부극이다. 영화 ‘레버넌트’의 각본을 쓴 마크 L. 스미스가 제작을 맡은 이 작품은 원제목 ‘원시 미국’(American Primeval)처럼 번영 전 미국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담는다.
주인 없는 땅인 미국 서부를 차지하기 위해 원주민과 개척자, 모르몬교 교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인간이 가진 야생성과 무질서를 가감 없이 표현한다.
인간의 잔인함과 야만성을 표현한 테일러 키치, 베티 길핀 등 주·조연 배우의 탄탄한 연기와 작품 내내 유지되는 감독의 일관된 연출이 몰입감을 만들어 내 300여 분의 러닝 타임이 찰나로 느껴지게 한다.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시종일관 이어지는 추격 장면과 액션신은 보는 이를 잔혹함과 척박함이 느껴지는 1800년대 ‘원시 미국’으로 이끌 것이다.
▶트리거 - 디즈니+/ 드라마 / 12부작
지난 15일에 공개돼 다음 달 19일까지 순차적으로 공개되는 디즈니+의 신작 김혜수 주연의 ‘트리거’도 설 연휴 방 안에 짜릿함을 선사할 작품이다.
국내 최초로 방송사 탐사보도를 배경삼아 제작한 이 작품은 언론을 통해 사회 곳곳에 암처럼 퍼진 가식적인 인물의 가면을 벗기는 내용의 드라마다. 기본적으로 악을 처단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종전의 한국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하지만, 주먹이나 법이 아닌 ‘언론’의 힘으로 격조 있게 나쁜 이들을 응징한다는 차별화를 내세운다.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이 장애물을 극복하는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는 코믹한 연출과 생동감 있는 연기에 그대로 담겨 보는 이가 바라던 사회악의 처단을 실현한다.
오늘만 사는 팀장 오소룡과 나만 잘 사는 게 목표인 한도, 하루라도 폼나게 살고 싶은 강기호로 이뤄진 ‘트리거’ 팀이 카메라부터 들이대며 가면 쓴 자의 민낯을 밝히는 과정은 시청자에게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원경 - 티빙 / 드라마 /12부작
지난 6일 공개돼 배우들의 연기력과 등장인물 간의 긴장감 있는 관계 묘사로 호평을 받고 있는 티빙의 ‘원경’도 연휴 때 눈여겨볼 작품이다.
여말선초가 배경인 작품은 조선의 3대 국왕 태종의 정비인 원경왕후 민씨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원경·태종을 둘러싼 주변 인물 간 벌어지는 궁궐 내 이야기 속에서 원경이 중전으로서의 품위와 책임을 지켜나가며 한 나라의 중전으로,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는 서사를 그려낸다.
기존 사극이 궁궐을 무대로 국왕 주변부의 권력 쟁탈전이 주된 소재였다면, 이 작품은 권력과 억압에 저항하며 왕실의 법도에 균열을 내는 이야기와 극으로 치달은 왕과 중전의 감정이 국정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춘다.
자신에게 닥쳐오는 시련을 감당하며 사랑과 권력을 주체적으로 쟁취하는 원경의 모습에서는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여러 여인과 한 남자와 국왕이라는 지위 속에서 결단을 내리는 태종에게서는 권력의 비정함을 느낄 수 있다.
▶피의 게임3 - 웨이브 / 예능 / 14부작
지난 17일 공개를 마친 웨이브의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피의 게임3’도 연휴 간 즐기기 좋은 작품이다. 높은 완성도로 이전 시리즈가 모두 호평받은 것처럼 피의 게임3 역시 신선한 출연자의 활약에 힘입어 웨이브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시리즈는 신선한 출연진이 돋보인다. 이전부터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보인 개그맨 장동민과 프로게이머 홍진호를 비롯해 새로운 얼굴인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 충주시 공무원 김선태(충주맨) 등 18명의 출연자가 치열한 수 싸움을 통한 극한의 생존경쟁에 돌입한다.
엄청난 제작 규모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프로그램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기상천외한 게임 방식이 공개되며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개인전과 팀전을 넘나드는 다양한 규칙 속에서 출연자들이 펼치는 연합과 배신은 고대 중국의 합종연횡을 연상시킨다.
시청자들은 14화에 걸친 대서사 속에서 나이·성별 등에 관계없이 오로지 기억력과 추리력, 그리고 정치력만으로 펼치는 진검승부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이준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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