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학교’로 놀림을 받던 부산 기장군 ‘대변초등학교’의 이름이 개교 55년 만에 바뀐 일이 있습니다. 당시 전교생 76명의 소규모학교인 대변초등학교는 1963년 기장초등학교 대변분교가 대변국민학교로 되었습니다.

대변리는 조선시대 공물창고인 대동고(大同庫)가 있었고 항구가 있어 변포(邊浦)라고 해서 대동고 변포의 줄임말로 대변(大邊)이 지명으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대변항으로 옛이름은 용암(龍岩)이었습니다. 1971년 12월 21일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어 해양수산부 동해어업관리단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2017년 대변초등학교 부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5학년 하준석 군이 교명 변경을 선거공약을 하면서 교명 변경이 동네의 관심사로 부각이 되었습니다.

대변초등학교 학생들이 동네 어른들을 찾아다니면서 동의를 구했고 동창회 선배들에게 편지를 띄우는 등 다각적으로 참여를 호소해서 4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냈고 결국은 교육청의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그동안 어린이들이 ‘똥학교’라고 타지인들이 놀려대던 마음의 상처를 씻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옛지명에서 따와 용암초등학교로 자랑스럽게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학교가 이름이 바뀌면서 아이들이 당당해지고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름이 가지는 가치는 어느 시대 어느 사람에게나 매우 중요하고 그 이름이 끼치는 영향 또한 대단합니다.

공자께서 산동성 사수현의 한 지방을 지나시다가 몹시 목이 말라 샘물을 찾았습니다. 마침 가까이에 샘물이 있어 물을 떠 마시려다가 마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샘물의 이름이 도천(盜泉)이었기 때문입니다.

도(盜)는 도적, 도둑이란 뜻이고 천(泉)은 샘물이란 뜻이니 두 글자의 합하면 ‘도둑의 샘물’이라 비록 똑같은 물이라고 도적의 샘물이라 이름한 물은 도덕군자로 마실 수 없다고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 목이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는다)라는 말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일화는 공자께서 한 마을을 지나다가 날이 저물어 그곳에서 자려했으나 그곳의 지명이 승모(勝母)라는 것을 알고 그곳을 지나 다른 곳에서 주무셨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승모’가 ‘어머니를 이긴다’ 라는 뜻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자식된 도리로 어머니에 대한 불경, 불손이요 불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악목불음(惡木不蔭)이라하여 악목(惡木) 즉 나무에 ‘악’자가 붙어 있어 악목 아래서는 쉬지 않는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도천’이나 ‘승모’나 ‘악목’이나 다 이름 때문에 접근하지 않고 사람들이 꺼리게 된다는 것이지요.

성경에 ‘악은 모든 모양이라도 버리라(데살로니가전서 5:22)’는 말씀과 일맥상통합니다.

옛 선인들은 이름 자체만으로도 꺼리는 것이면 가까이 하지 않겠다는 깨끗한 양심과 선한 마음으로 자기를 지키며, 후손들에게 모범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말기적 증세에 휩쓸려 돈이 된다면 양심도 명예도 훼손되는 것 아랑곳하지 않고 부나비 불속으로 달려들 듯 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모든 정보는 ‘돈’되는 것으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통신술의 첨단화로 손바닥 안의 플랫폼(platform)에서 전 세계의 주식시장, 직구시장을 마음대로 헤엄을 치며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점점 지능화하여 많이 배운 사람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고급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로 돈을 그러모으고 심지어 조폐공사의 돈이 아닌 가상화폐의 세계에 뛰어들어 지하에 돈창고를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정보에 어둡고 많이 배우지 못한 서민들은 언제나 변함없이 쪼그라드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금 사회에서 공자의 ‘도천’이나 ‘승모’의 ‘악목불음’의 교육이 먹혀들어 갈 리도 없고 ‘너나 잘하세요’하며 조롱의 손가락질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미국의 제26대 시어도어 루즈벨트(1858-1919)대통령은 ‘학교라고는 가보지도 못한 사람은 화물차에서 도둑질을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가 대학교육을 받았다면 철도를 통째로 훔칠지도 모릅니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많이 배우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주는 선한 양심의 소리를 외면하고 자기합리화를 하며 불법, 비리, 부정으로 열차를 통째로 삼키고 있지는 않은지요.

유화웅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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