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은 북방 한계선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북한 해군이 도발하면서 일어난 해전이었습니다. 참수리 357호정의 의무병(醫務兵 일명 위생병)이었던 박동혁 병장(당시 상병)은 제2연평해전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다친 병사들을 구하려고 함상 위를 뛰어다니다가 총탄과 파편을 맞고 중상을 입었고 3개월 후에 사망했습니다. 후에 충무무공훈장을 받고 국군 의무학교에 흉상이 세워지고 고속함 9번함에 박동혁함이란 함명이 붙여진 최초의 자랑스러운 의무병이 되었습니다.

의무요원 지덕칠 중사는 1967년 2월 1일 월남전에 참전하여 추라이전투에서 6발의 총탄을 몸에 맞고도 구조헬기가 도착하자 부상당한 전우를 먼저 태워 보내고 의무요원으로 부상입은 전우들을 돌보며 자기 몸은 돌보지 않고 자신은 후송을 거부하다가 과다출혈로 전사했습니다. 그의 흉상은 진해 해군기지에 세워졌고 고속함 9번함에 지덕칠함으로 명명되어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의무병 데스먼드 도스(Desmond Doss 1919~2006)는 1942년 4월 1일 미군에 입대해서 야전 의무병으로 군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도스(Doss)의무병은 1945년 5월 5일 미육군 제77보병사단 제307보병연대가 오키나와의 마에다 고지에서 일본군과 교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본군의 공격을 받은 미군 100여 명이 순식간에 쓰러지고 긴급후퇴하게 되자 의무병 도스는 부상 당한 전우를 어깨 위로 들쳐업어 75명을 구했는데 그중에는 적군인 일본군 부상자들도 있었습니다. 그 후 그는 최고의 명예훈장을 받았는데 이 훈장은 ‘의무 이상의 부름을 넘어 생명의 위험에 처한 눈에 띄는 용감함과 대담함을 보여준 인물’에게만 주어지는 훈장입니다. 그는 주님, 한 명만 더 구하게 해달라며 외치며 전우의 생명을 구해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의무병 유리 병사가 부상병 막심을 구하는 장면이 뉴욕타임스에 소개되었습니다.

의무병 유리는 24시간 교대를 하면서 군인 민간인 구분 없이 포탄과 총격으로 피를 흘리는 부상자들을 구조하는 의사가 아닌 의무병의 임무를 다하고 있어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 육군의 통계에 따르면 남북전쟁(American Civil War 1861-1865)때는 부상자의 50% 이상이 사망했는데, 제1차세계대전(First World War 1914-1918)때는 부상자의 8%, 제2차세계대전(Second World War 1939-1945)때에는 부상자의 4%만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설파제, 페리실린, 외과 기술의 발전도 큰 역할을 했지만 그보다 부상병을 치료하는 속도의 개선이었다고 합니다. 부상병과 환자를 얼마나 초기에 빨리 치료하느냐가 사망률을 낮추는 열쇠가 되었다고 합니다. 전선의 의무병은 총알과 포탄이 쏟아지는 극한 상황 가운데서도 부상병과 환자를 자기 몸은 돌보지 않고 엎고, 메고, 들고 하면서 ‘한 명만 더’, ‘조금만 참아라’를 외치며 생명을 구해냅니다.

그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모르고, 나이팅게일 선서도 모르지만 자기 생명 이상으로 남의 생명을 살리는데 온몸을 기울입니다.

흰 가운도 없고, 청진기도 없고, 최첨단 의료시스템도 없습니다. 그들을 도와주는 조수들도 없습니다. 편히 앉을 의자도 없고, 선생님의 호칭도 없고, 누가 대접해주며 허리 굽히며 존경의 인사를 하는 이도 없습니다. 억대 연봉도 없습니다. 오직 죽어가는 생명에게 ‘살아만 다오, 살아만 다오’를 외치며 참호 속을 헤매고 참호 밖에 쓰러져 있는 동료를 죽음을 무릅쓰고 아군과 적군의 구분도 하지 않고 생명을 구해내는 일념만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 목숨과 맞바꾸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내 자리에 있었다면 나보다 많은 생명을 구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자기들끼리 소통하고 자기들이 세워놓은 정의로 남의 생명까지 담보로 하여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는 이들과 너무 대조적입니다.

유화웅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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