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도는 출소한 흉악범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 10월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안산시에 거처를 정했고, 앞선 5월에는 연쇄성폭행범 박병화가 화성에서 수원으로 이사한 것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의 불안이 커졌다. 지난 10일, 이런 맥락을 갖고 국내 범죄심리학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수정 교수를 찾았다. 마침 인터뷰 날짜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과 탄핵정국이 소용돌이치던 때라 어수선했지만,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에서 만난 이 교수는 범죄 현안과 범죄심리학자로서의 삶에 대해 차분하게 얘기를 풀어냈다.
-먼저 독자들에게 근황을 소개해 달라.
"총선 이후 학교로 복귀했다. 현재 2학기 강의를 마무리하며 기말시험과 성적 처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음주부터는 국립 법무병원을 방문해 심신미약 판정을 받은 범죄자들과 관련한 연구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범죄심리학의 권위자로 꼽힌다.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교수 부임 직후 당시 법무부 교정본부로부터 범죄자 심리 측정 및 위험 평가 시스템 설계 요청을 받았다. 이를 수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범죄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 길을 걷게 됐다."
-가장 어려웠던 연구,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이었나.
"성범죄자 전자감독 대상자 선별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 참 어려웠던 연구다. 고위험군을 추출해 재범 가능성의 기준을 만들어야 했기에 높은 수준의 데이터 분석과 정확성이 요구됐다. 매년 3만~4만 건을 분석해야 했던 고된 일이었지만 그 결과가 현재 실무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지금껏 접한 가장 인상적인 사건은 가정폭력 피해자 모녀가 가해자인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심리 과정을 분석하면서, 그 이유를 깊이 이해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피해자 지원 관련 법안·정책을 제안까지 나서게 됐다."
-최근 들어 조두순·박병화 등 장기 복역하던 흉악범들이 출소하면서 그들이 거처로 정한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분분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우리나라는 출소자들의 주거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 없다. 이는 헌법상 주거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함이지만, 인근 주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는 점이 문제다. 조두순 사건에서도 보듯이 피해자와 지역 주민들은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한국처럼 고밀도 주거 환경에서는 고위험군 출소자를 위한 거주 제한 제도가 필요하다. '한국형 제시카법' 논의가 진행 중인데,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래에는 ‘리벤지 포르노’, ‘딥페이크 음란물’ 등 디지털 성범죄도 늘고 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기술 발전으로 성범죄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들이 쉽게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피해자를 직접 협박해 영상을 촬영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단순히 사진만으로도 음란물을 생성할 수 있게 됐다.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 서비스가 강화돼야 하며, 포털 사업자들에게도 책임을 부과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더 강력한 법적 장치와 예방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좀 다른 질문이다. 지방 소재 대학 교수인 만큼 대학 구조조정에 관해 묻고 싶다. 최근 문제가 된 동덕여대 남여공학 전환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학의 학생 수 감소는 현실적인 문제다. 동덕여대의 남학생 모집 결정은 지원자 대상을 넓히려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학교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상명대와 세종대처럼 성공적으로 전환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범죄심리학자로서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말해달라.
"앞으로도 범죄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연구와 정책 제안을 지속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제 연구와 활동이 공공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최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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