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광주지역 한 맘카페에 올라온 하루도 되지 않아 갈색으로 변해버린 샤워기 필터. 사진=광주시맘카페
지난 22일 광주지역 한 맘카페에 올라온 하루도 되지 않아 갈색으로 변해버린 샤워기 필터. 사진=광주시맘카페

광주시 고산동·태전동·탄벌동 등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수돗물 필터가 수십 분 만에 갈색으로 변색되는 현상이 잇따르면서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광주시는 정수장 수질에는 이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변색 원인으로 ‘망간’ 성분을 지목하고 정밀 조사와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23일 고산동 한 아파트 입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단지 내 다수 세대에서 샤워기·세면대·싱크대 등 필터가 교체한 지 10여분만에 동시에 갈색으로 변색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입주민 A씨는 “예전엔 1~2개월에 한 번만 필터를 갈면 됐는데 요즘은 하루도 못 버틴다”며 “아이 씻기기도 겁이 난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변색된 필터 사진을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에 제출하며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수질은 법적 기준을 충족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새것으로 교체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갈색으로 변해버린 샤워기 필터에서 노란 물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광주시맘카페
새것으로 교체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갈색으로 변해버린 샤워기 필터에서 노란 물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광주시맘카페

이 같은 현상은 고산동뿐 아니라 태전동, 탄벌동 등 제3정수장에서 물을 공급받는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 18일부터 이들 지역에서 비슷한 민원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정수장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투명한 조사와 근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시는 정수 처리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정수 과정은 분 단위로 실시간 감시돼 기준에 맞지 않는 물은 공급될 수 없다”며 “변색은 수도관 내벽에 붙어 있던 망간 성분이 빗물 유입이나 유속 변화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망간은 자연적으로 물에 존재하는 금속 원소로, 환경부 역시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수질 기준을 만족하는 수돗물도 일정시간 지속적으로 여과 시 필터가 변색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광주시의 설명이 주민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하고 있다.

발생 사례처럼 10여 분 만에 필터가 급격히 변색돼 환경부의 “일정시간 지속적으로 여과”라는 조건과는 완벽히 부합하지 않고, 빗물 유입이나 유속 변화만으로 가정용 수도관 내 침전물이 한꺼번에 탈락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최근 시가 측정한 망간 농도는 0.05㎎/L로 법적 기준(0.3㎎/L)과 WHO 권고치보다 낮아 인체에는 무해한 수준이지만, 주민들은 과학적 근거를 갖춘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우려가 확산되자 시는 어제인 지난 22일 부시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필터 변색 원인 분석과 수질 자료 검토, 관 세척(이토) 작업, 정밀 조사 계획 등을 논의했다.

또 희망 세대에는 ‘수돗물 안심확인제’를 통한 무료 수질검사를 지원하고, 필요 시 정수처리 공정 보완, 조류 유입 차단 대책, 유관기관 협업을 통해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충범 부시장은 “시민들의 수돗물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라며 “근본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지백·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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