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는 아직도 225건의 실종 사건이 미해제로 남아 있다. 숫자로만 기록된 통계 뒤에는 세월이 흘러도 멈추지 않는 기다림과 지워지지 않는 고통이 존재한다.
경기도 양평군에 사는 A씨 역시 그 차가운 숫자 속에 묻힌 한 사람이다.
A씨의 아들 장성길 군은 실종 당시 9세였다. 지적장애 판정을 받고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 유치원에 다녔지만, 1999년 1월 27일 등원한 뒤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유치원 관계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행방을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본 적 없다”는 말뿐이었다.
“지금 같으면 난리 났겠지만, 그땐 그냥 그렇게 끝이었어요.”
A씨는 담담히 회상했지만, 억울함과 상실감은 그의 눈빛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단호하다.
“내가 죽을 때까지는 찾아야죠. 부모가 어떻게 포기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있겠습니까.”
실종 이후의 수색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장애 아동을 위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고, 정신병원조차 방문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그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아이라면 시설에 있을 수도 있는데, 정신병원에서는 보여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라며 장애 아동 부모가 겪은 사각지대의 현실을 전했다.
세월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아내는 결국 아들을 찾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A씨는 “집사람이 벌써 간 지도 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아이를 못 찾았어요. 내가 꼭 찾아줘야 하는데, 힘이 드네요”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찾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지, 절대 잊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갔다.
“죽은 사람은 차라리 가슴에 묻고 살 수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안정을 찾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게 안 됩니다. 그래서 더 가슴 아픈 거예요.”
비슷한 기다림은 안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3년 전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B씨는 지난 2000년 5월 안산시 사동에서 당시 만 4세였던 최진호 군을 잃은 뒤 지금까지 동네를 떠나지 못했다. 혹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다.
“남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날부터 시간이 멈춘 거예요.”
B씨는 최 군 실종에 대해 이같이 말문을 열며 “절실한 마음에 자비를 들여 인근 저수지 수색을 맡기기도 했어요. 아이를 찾기 위해 돈과 시간을 쏟아붓지만 결국 남는 건 자책뿐이죠”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실종 가족의 삶을 “끝없는 자책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실종 미해제 225건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그 숫자 뒤에는 오늘도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하루를 버티는 부모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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