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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 지음 | 생각비행 | 228페이지

‘삼포세대(직장이 없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해야 하는 청년층)’,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 ‘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가 될 생각을 해야 한다)’ 등의 신조어가 탄생한 배경에는 우리시대 청년들의 깊은 고뇌가 숨어 있다.

비단 젊은이만이 아니라 50대, 아니 은퇴 이후 세대까지도 ‘독립’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독립, 하셨습니까’의 저자 역시 연습생, 연예기획사 아르바이트, 할인마트 판매직, 잡지사 리포터, 시민단체, 사보 취재 기자 등을 거치며 이 땅의 젊은이와 비슷한 고민의 시기를 거쳤다.그는 고민의 삶 속에서 경제적인 독립보다 더 중요한 ‘삶의 독립’을 선택했다. 그리고 틈틈이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면서 자본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자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이 책은 꿈을 꾸며 자기만의 길을 낸 9명의 대상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삶을 정리한 기록이다.

저자 자신이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고단한 삶을 견디면서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꿈꾸었기에,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그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9명의 인터뷰이의 삶을 정리하는 과정은 스스로 성찰하며 성장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중에 한 명이 차동엽 신부였다.

가톨릭 신부이자 저술가인 차동엽은 소유와 욕망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보이는 삶의 비밀을 이야기한다. 삶의 재미나 보람이란 꼭 남들이 누리는 평범한 일상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차 신부는 삶의 근원적인 의미를 탐구하고, 그로 인해 얻은 성찰을 나누면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숨은 행복을 일깨우는 즐거움을 맛보며 산다.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의 말을 건네고, 갈을 묻는 이에게는 아는 만큼 가르쳐준다.

이를 위해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차 신부는 평생 공부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삶을 살고 있다. 강연과 인터뷰, 상담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지만, 틈날 때마다 책을 놓지 않는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고전과 20대 때의 독서가 그에겐 삶의 자산이 됐다. 인문학이나 독서의 필요성마저 스펙 쌓듯이 얕은 지식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차 신부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적 슬픔 앞에서 우리에게 사유의 힘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차 신부 외에 8명의 인터뷰는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무언가로부터 독립을 꿈꾸며 삶을 개척하려는 이 땅의 존재들을 위한 응원가로 봐도 무방하다.

열정으로 자신만의 길을 내는 것은 이미 누군가 걸어간 길을 가는 것에 비해 몇 배는 힘즐지만 그 길 끝에 ‘실패’가 아닌 ‘행복’이 기다리고 있음을 저자가 만난 9인의 삶이 오롯이 증명하고 있다.
송시연기자/shn8691@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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