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잔디 70%, 비상용으로 대거 교체...일부 직원 횡령의혹 확산

2002 월드컵 등 국제경기가 열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 내 조성된 천연잔디가 당초 설계와 달리 저가 품종의 잔디로 뒤바뀐 사실이 드러났다.

허술한 잔디관리 문제와 함께 일부 직원들의 횡령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하 수원월드컵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수원 월드컵경기장 조성 당시, 주경기장에 천연잔디를 시공하면서 잔디 품종인 켄터키블루그래스와 페레니얼라이그래스를 각각 85%, 15%의 비율로 혼합·사용했다.

켄터키블루그래스는 타 품종에 비해 회복력이 빠르다는 특징이 있어 축구, 야구, 골프 등 잔디훼손이 심한 스포츠 경기에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 10곳의 월드컵 경기장 중 7곳이 켄터키블루그래스를 100% 사용중이며 나머지 경기장 역시 80~90%의 비율로 해당 품종의 잔디를 사용하고 있다.

수원월드컵재단은 잔디 관리를 위해 지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잔디관리자를 고용해 직영 관리를 해왔고, 매년 1억~1억5천여만원의 비용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해당 구장에 대한 수종검사를 실시한 결과, 당초 조성됐던 잔디 품종이 아닌 저가의 비상용 잔디로 대거 교체 시공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현재 수원월드컵경기장 내 천연잔디는 페레니얼라이그래스 70%, 켄터키블루그래스 30% 비율로 조성돼 있었다.

85%비율로 조성돼야 할 켄터키블루그래스 품종이 고작 30%만 깔린 셈이다.

더욱이 저가의 잔디품종 관리를 위해 수십여년간 매년 1억원에 달하는 관리비용을 투입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됐다.

페레니얼라이그래스의 품종 가격은 켄터키블루그래스 가격에 절반에도 못미친다.

수원월드컵재단 측은 “잔디 품종이 뒤바뀐 배경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당초 조성 당시부터 이 같은 비율로 시공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잔디전문가는 “현재 수원월드컵경기장 내 시공돼 있는 페레니얼라이그래스는 비상시 사용되는 품종으로, 열 등에 약한 탓에 주용도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특히 문제의 품종의 경우 1년 이상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속적으로 페레니얼라이그래스 품종의 잔디를 사용·교체해왔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해당 경기장 잔디관리자가 횡령 등의 목적으로 품종을 고의적으로 교체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문제의 잔디관리자는 “수 십년간 잔디를 관리해오면서 품종이 바뀔 상황은 없었다”며 “나 역시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수종검사 이후 처음 알게 됐으며, 횡령 의혹 등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천의현·이준석기자/mypdya@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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