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위주 시범사업 접고 지속가능한 빅데이터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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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1년 맥킨지 보고서 발표 이후 IT 업계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업무혁신,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등의 원동력을 빅데이터에서 찾고 있다. 빅데이터를 ‘21세기 원유’,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라는 언론의 표현이 현실로 나타나는 듯하다. 우리 정부도 정부3.0을 발표하고, 공공데이터 개방과 빅데이터 활성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고 있다. 정보화의 산물인 방대한 디지털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데이터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각축전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공공행정, 재난안전, 제조와 마케팅, 금융과 핀테크, 건강과 의료는 물론이고, 빅데이터 저널리즘, 빅데이터 문화예술과 인문사회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으면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빅데이터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는 여러 데이터 소스로부터 다양한 유형의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정제, 저장관리, 분석, 가시화하여 그 의미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빅데이터 시대를 이끌어갈 전문가이다. CNN은 2012년 최고 유망 신규 직종으로 데이터 과학자를 선정하였으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도 21세기의 ‘가장 매력적인’ 직종으로 데이터 과학자를 선정하였다. 데이터 과학자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 과학자는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의미를 발굴하고 그것을 비즈니스 가치로 연결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맥킨지 보고서는 미국에서만 2018년까지 14만명에서 19만명의 데이터 분석 전문가와 150만명의 데이터 분석 기반의 관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정보통신 정책 연구원 보고서는 한국에서 2017년까지 1만명 이상의 데이터 과학자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였고,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는 2017년까지 5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도 수년내 각각 5만명, 20여만명 정도의 데이터 과학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데이터 과학자가 가져야 할 역량은 크게 IT기술, 수리통계지식, 현업지식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데이터 관련 IT 기술은 다양한 소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 정제, 통합, 저장, 관리하고 이를 가시화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IT 전체 영역중에서 데이터 관련된 분야로 한정하여 교육할 필요가 있다. 수리통계 지식은 다양하게 수집된 데이터에 대한 고도분석 기술로써 마이닝 기술과 통계분석 및 예측 기술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현업지식은 빅데이터 기술이 적용될 영역의 지식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의료분야에 빅데이터를 접목하려면 빅데이터 기술과 함께 의료관련 지식이 있어야 하고, 제조 분야에 빅데이터를 적용하려면 제조지식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은 다양한 학문영역을 융합하여 교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 대학들의 구조는 수십년전의 학문영역을 기반으로 단과대학과 학과 구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 정보화시대를 지나 빅데이터 시대에 요구되는 융합 교육을 수행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금 대학은 극심한 취업난과 학생수 급감으로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필자는 수많은 자연계 학생들이 빅데이터를 접목하여 수학과 통계학으로 무장한 고도 빅데이터 분석가, 생명과학 및 보건의료 분야 빅데이터 전문가가 나오고, 인문사회 대학에서 소셜빅데이터 전문가, 문화관광 빅데이터 전문가, 법과 제도 관련 빅데이터 전문가가 양성되기를 기대하며, 이들이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의 빅데이터 인력수요를 채워나가는 시대를 꿈꾼다. 이런 시대가 되면 당면한 대학의 취업난(대학의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한꺼번에 해결될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사회에 빅데이터가 스며들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할 때 우리대학은 70년대 틀을 벗고 2020년대 미래 사회에 걸맞는 인재 양성틀을 갖춘 ‘젊고 활기찬 대학’으로 바뀔 것이다. 지금까지 ‘융합이 살길이다’ 등의 구호만으로, 초점이 엉뚱한 곳으로 맞추어진 수많은 정부인력양성 사업으로는 낡은 틀에 갇혀 있는 대학 현장을 바꾸지 못한다. 학생수 급감과 취업난으로 인한 대학의 구조개혁의 방향은 ‘젊고 활기찬 대학’으로 변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 대학들은 빅데이터에서 파생되는 세부 전공 학문을 신속히 개설해 미국, 영국의 경우 각각 56.6%, 30.8%의 개설율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 대학은 6.6%로 매우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지난 몇 년간의 노력으로 빅데이터의 필요성과 확산 측면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었으나, 국가 성장동력을 단순 IT에서 빅데이터, IoT 등과 같은 분야로 집중하여 찾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교육부나 대학 등으로 확산시키는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얼마전 미래부는 ‘5천명 데이터 과학자 양성’이라는 거창한 계획을 발표하고 인력양성을 서두르고 있으나 정작 인력양성의 주관부처인 교육부는, 또 대학들은 이 계획에 얼마나 밀접하게 연동되어 움직이는지 의문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정부가 할 일은 불꽃놀이와 같은 화려한 시범사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빅데이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정부의 수많은 빅데이터 사업도 담당공무원의 업무를 지속적으로 혁신하는데까지 이르지 못하면 예산낭비이고 장기적으로 빅데이터에 대한 경쟁력만 약화시킬 뿐이다. 정부의 빅데이터 인력양성 사업도 대학의 관련학과들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불꽃놀이인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정부가 해야 할 시급한 일은 너무도 많다. 과도한 개인정보보호로 빅데이터 활성화에 걸림돌은 없는지, 수많은 공공데이터의 품질은 측정되고 관리되고 있는지, 공개되는 공공데이터가 민간기업이 활용하기에 최적으로 되어 있는지, 핀테크 사례와 같이 구식제도는 없는지, 빅데이터로 인해 조직의 변화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메타데이터 관리나 데이터 수명관리가 잘 되는지 등을 ‘정교하게 체크하고 관리’해야 하지만 화려한 불꽃놀이 경쟁에 가려서 등한시되고 있다. 모 지자체의 빅데이터 관련 2016년 예산계획서에는 전체 100억이 넘는 예산중 절반은 현장과 괴리된 시범사업과 플랫폼 구축사업이고, 지속성을 위한 빅데이터거버넌스 관련된 사업은 후하게 봐도 1억을 넘지 않는다.

MIT 보고서를 보면 ‘조직의 분석지능’을 ‘빅데이터를 수집, 저장하고 이로부터 통찰력을 얻으며,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분석지능이 높은 조직일수록 혁신능력이 높다. 동일업종에서 분석지능이 높은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혁신능력이 5배 이상 뛰어남을 조사분석한 것이다. 이는 개인에도, 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나라 각 영역에서 조직의 분석지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데이터 과학자가 제대로 양성되고, 이들이 각 영역으로 진출하여 이 사회를 혁신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선순환 구조가 절실하다.

조완섭 충북대학교 비즈니스데이터융합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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