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사↔월드컵경기장 지분+문화의전당' 패키지 딜 성사...관리주체 일원화 갈등 일단락
무엇보다 대립적 관계로 치닫고 있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정파, 이해득실을 떠나서 지역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대승적으로 협력하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는 점에서 국내 지방자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게 됐다.
‘통 큰 빅딜’의 결과만큼 실리도 짭짤하다. 경기도는 광교신청사를 지을 재원 일부를 마련했고, 세계 4대 메이저 축구 대회를 유치한 수원시가 수원월드컵경기장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 지붕 두 가족’ 갈등 근본적 해결 = 경기도와 수원시는 이번 빅딜을 통해 13년 넘게 이어진 수원월드컵경기장과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소유권 갈등을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월드컵경기장은 현재 경기도와 수원시가 지분을 6대 4로 나눠 갖고 있다. 이 지분 비율은 경기장을 운영하는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사장은 도지사가, 부이사장은 수원시장이 맡고 있지만, 이사회 15명 중 경기도 출신이 10명을 차지하고 있다. 수원시 몫은 5명이다.
경기도가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됐다.
수원시는 2013년 지역 스포츠 활성화를 이유로 수원 연고의 삼성블루윙즈축구단에 운영권을 이관해달라고 경기도에 제의했지만 거절당한 것이 저표적인 예다.
당시 수원시는 주경기장과 구단사무실, 2층 광고판, 4층 스카이박스 등 경기장 운영권 이관을 요구했지만, 경기도는 ‘공익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도문화의전당 터(4만8천㎡)는 수원시 소유지만, 건물은 경기도 재산으로 이원화돼 경기도는 건물을 증축하거나 보수할 때마다 수원시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경기도, 신청사 재원 마련과 청사 활용 문제 해결 = 경기도는 기존 도청사를 수원시에 매각해 광교신청사 건립을 위한 재원 일부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가 현 청사의 재산 가치를 비공식적으로 감정한 결과 1천200억~1천246억원 가량 될 것으로 예상됐다.
양 기관이 공식적으로 감정해봐야 겠지만, 일단 광교신청사 건립비용 2천716억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무엇보다 광교청사로 이전한 이후 현 청사를 활용해야 하는 난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1일 “수원시가 현 도청사를 활용하기 위해 수원시정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만간 수원시 나름대로의 활용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경기도 상징 지키고 구도심 상권붕괴도 막아 = 경기도를 상징하는 근대문화유산인 도청사 건물을 수원시가 맡아서 보전할 수 있게 된 것이 이번 빅딜의 가장 큰 의미다.
1967년 6월23일 준공된 도청사 구관(舊館)은 문화재로서의 가치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건물이다.
경기도는 구관의 근대문화적유산으로 보전할 가치가 높다고 보고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 신청을 하기도 했다.
문화재적 가치보다 역사적 의미가 더 크다.
현 청사는 서울 태평로에 있던 도청사가 1946년 경기도와 서울시가 분리된 이후 이전이 거론되면서 1963년까지 17년동안 인천시와 치열한 유치전을 벌여 쟁취해 낸 상징적인 건물이다.
1967년 6월23일 도청사 이전식에 수십만 수원시민이 운집해 축하했을 정도로 수원시민들의 염원과 열정이 녹아 있는 건물을 수원시가 지킬 수 있게 된 셈이다.
수원시가 현 청사를 매입해 활용하면 인근 상권 붕괴도 막을 수 있다.
현재 도청사에는 1천900여명의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경기도청이 광교신청사로 이전하면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인근 상권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원시에서 청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권 붕괴를 막는 것은 물론이고 활성화 및 특화까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복진기자/bo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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