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워싱턴대학(GWU) 린저 강당 현관 앞에지난 27일 지붕에 안테나가 달리고 짙은 선팅을 비롯해 온통 검은색인 대형 차량들이 줄줄이 도착했다.

 이어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크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NI) 국장,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더그 와이즈 차장, 벤 로디스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이 차에서 내렸다.

 미국의 안보·정보 기관장들과 최고위급 관료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지난해부터GWU와 CIA가 공동 주최하기 시작한 연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국가 안보 관련 직업과 활동 내용을 소개하고 당면 과제를 토론하는 한편 기관장들이 직접 청중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자리다.

AKR20151030182700009_01_i.jpg
▲ 존 브레넌 CIA 국장 (AP=연합뉴스 사진DB)
 '정보요원의 직업 세계와 윤리'를 주제로 열린 이 '토론회'엔 관련 전문가, 학생, 언론인 등이 참석했으며 복도에는 CIA 등 정보기관 소개 책자와 입사신청서류 등도 놓여 있었다.

 스페인 신문 엘파이스 영문 온라인판은 이처럼 행사 장면을 자세하게 묘사하면서 이날 정보기관장들이 첩보세계에 대해 밝힌 내용을 10가지로 정리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 불확실성을 줄여라 = 클래퍼 NI 국장은 '왜 정보 수집분석활동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에게 불확실성을 줄여주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2. 인터넷의 영향 = 클래퍼 국장에 따르면, 인터넷은 정보 수집활동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냉전시대엔 미국과 소련의 통신망 두 개만 있었으나 지금은 모든 온라인 네트워크와 통신망이 전 지구에 걸쳐 서로 연결돼 있다면서 "이로 인해 우리 직업 활동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3.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부상 = 와이즈 DIA 차장은 SNS가 이슬람국가(IS)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외로운 늑대'들에게 테러를 부추기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과거엔 전혀 위협이 아니었던 집단들에게 SNS가 이점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4. 지금이 가장 좋으면서도 나쁜 시기 = 로저스 NSA 국장은 "우리가 지금만큼 필요한 시기가 없었다"면서 지금이 일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임무 수행의 복잡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져 가장 나쁜 시기"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사람들의 동향을 관찰하는 것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정보기관 예산 삭감등도 악화된 여건으로 꼽았다.

 5. 사이버공격 위협 = 무엇 때문에 가장 밤에 잠을 못 이루느냐는 질문에 브레넌 CIA국장은 사이버공격이라면서 일부 국가나 개인 및 집단의 '엄청난 해킹 능력'을 강조했다. 미국의 한 고교생은 브레넌 국장의 개인 이력과 여권번호, 전화번호,집 주소 등이 담긴 개인 이메일을 해킹해 지난 21일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하기 시작했다.

 6. 중동이 가장 복잡한 지역 = 브레넌 국장은 지난 5년 사이 CIA가 가장 많이 전략을 바꿔야 했고 어려움을 겪은 지역은 중동이라고 밝혔다. 2011년 독재에 저항하는 시위인 '아랍의 봄'으로 이 지역 여러 정부가 무너지면서 "중동의 정치 사회 안보 상황이 총체적으로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 팽창주의적 국가의 부활 = 로저스 NSA 국장은 정보기관들은 현재 러시아나 이란처럼 팽창주의적 생각을 가진 나라들의 부활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에 있다고 주장했다. 팽창주의적 국가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오랫동안 알카에다 같은 집단들만 위협이던 시절이 지난 뒤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것.

 8. 스노든 효과 =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가 시민과 외국 정치인 등을 무차별 도감청한다고 폭로한 이후 NSA는 정보수집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제시해야만 했다.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클래퍼 국장은 이날 행사에서 "법을 어긴 일은 없다"고 재차 주장했으나 "실수가 있었다"고는 시인했다. 그는 "대중의 신뢰를 다시 얻는 길은 투명성을 더 높이고, 어떤 첩보활동도 분명한 '윤리기준' 내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9. 실수할까 너무 두려워 해 = 로디스 부보좌관은 정보요원들이 위협요소들을 혹시라도 놓칠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모든 것에 대해 메시지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수할까 두려워 과잉보호막을 치고 첩보활동에 너무 조심스러워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것이다.

 10. 때론 옛날 방식이 가장 좋다 = 로데스는 기술의 발전이 요원들의 정보수집에 크게 도움을 준 것이 분명하지만 때로 전통적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담화에 약간의 변화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는데 이는 사람이 직접 러시아 내의 상황을 면밀하게 추적하면서 분석한 결과라는 것이다. 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