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가치 높은 선사 고인돌, 도난 당하고 모조품 세워나...그마저도 훼손된 채 수년간 방치

page.jpg
▲ 안성시의 한 아파트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만정리2호고인돌(만정리지석묘)'이 도난 당해 시가 후속 조치로 모조고인돌을 급조했으나 페인트가 벗겨지는 등 군데군데 훼손돼 시민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안성시가 한 아파트 공사 과정에서 선사시대로 추정되는 고인돌을 발견하고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도난 당한 가운데 후속 조치로 급조한 모조고인돌도 군데군데 훼손돼 시민들로 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23일 시와 해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공도읍 마정리 벽산아파트 건설 공사현장에서 선사시대 유물인 ‘만정리2호고인돌(만정리지석묘)이 발견됐다.

이에 당시 고고학계에서는 현재까지 발견된 고인돌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인위적으로 판 150여개의 구멍(굼)이 발견돼 ‘역사적 가치’가 상당히 높은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를 받았던 고인돌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감쪽 같이 사라져 버렸고 현재까지도 정확한 연유 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시는 도난당한 사실을 문화재청에 통보하는 한편, FRP로 모조품을 제작해 벽산 아파트 후문 공원에 전시해 놓는 뒷북행정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문제는 전시된 모조품도 수년 간 그대로 방치돼 페인트가 벗겨 진데다 윗 부분에는 실리콘이 칠해진 형상이 그대로 확인돼 인근 시민은 물론 외지에서 온 관람객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 이모씨는“요즘 짝퉁이 판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시가 선사시대 유물까지 짝퉁으로 만들어 놓을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며“이번 일을 계기로 시 전역에 산재해 있는 유물·유적들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도난 당시 문화재청에 신고했지만 현재까지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산 부족 등으로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해명했다.

한편, 현재 시에는 도난당한 만정리 고인돌을 포함해 승두리·반제리·양성면 명목리,삼죽면 미장리 등 총 12개 지역에 12개 고인돌이 등록되어 있다.

전현준기자/jhj@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