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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과 함께 산에 올랐다. 친구들 가족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친구 한명이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된 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고 했다. 대학생, 고등학생 두 자녀의 학비와 가족 생활비 등 아직 가장으로서 책임져야 하는 것들은 많은 시기라, 걱정이 한가득한 얼굴이었다. 친구는 이제 와서 새로운 직장을 구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일 매스컴에서 들리던 일자리 부족과 고용대란을 피부로 실감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고충은 비단 중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절벽, 5포세대, 조기퇴직, 노인빈곤 등은 한국사회 노동시장의 현주소를 여과 없이 설명해주는 표현들이다. 청년층은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했으며, 중년층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직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노년층은 고령화 추세로 인한 생계형 취직에 압박받고 있다. ‘전 세대 고용대란’이라는 최악의 난제에 직면해 있는 지금, 우리가 내릴 수 있는 해답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소위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는 청년층.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도 못한 채 사회로부터 방치되고 있는 이들의 소외감을 정부와 기업은 톡톡히 보상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개혁의 현실화, 고부가가치 부문의 집중투자를 통한 새로운 주력산업 형성 등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데 앞장서야 한다. 기업 또한 이들을 단순히 노동력 공급원이 아닌 동반성장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착한 고용인으로서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청년들 스스로도 안정적인 급여와 복지혜택보다는,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갖춘 구직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 다음은 중년층. 우리경제의 허리이자 시대적 모순을 집약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다. 한눈 팔 겨를 없이 열심히 일해 온 이 세대를 위해, 정부와 국회는 중년의 노동력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배려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60세 정년’이 의도에 맞게 실현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이외에도 정년법제화에 따른 기업비용 증가를 완화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직무개발과 교육을 통해 1차 노동시장 이탈자들의 재취업이 용이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장기근속을 통해 축적된 양질의 숙련된 노동자원이 사회에서 다시 한 번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년층의 일자리는 복지시스템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제는 은퇴 후 40년을 더 살아야하기에, 삶의 후반기를 위한 교육과 그에 맞춰 설계된 일자리가 필수적이다. 노인은 단순한 부양정책의 대상이 아니다.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어르신이 도움을 기다리며 물러서있는 주변인이 아닌, 삶의 지혜와 노하우를 사회에 수혈하는 주체로 거듭날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일자리는 개인의 삶의 수준, 공동체의 지속성 및 사회의 변화방향에 직접적이고 막대한 영향을 가져온다. 전 세대에 걸쳐져 있는 일자리 파이의 분배문제가 세대 간 갈등의 불씨가 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정부의 고민, 기업의 동참, 국민의 의식전환과 세대 간 양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절망에서 희망을 끌어내는 과감한 일자리 정책을 통해, 친구가 다시 좋은 일터를 찾고 대한민국의 경제도 건강해지기를 바란다.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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