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한국사 교과서의 집필진이 확정됐다. 국사편찬위원회는 4일부터 9일까지 집필진을 공개모집한 결과 총 56명이 지원했으며 그 중 17명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초빙절차로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원로학자 30명을 추가로 선정해 최종 47명으로 집필진을 구성했다. 이중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26명, 고교 한국사 집필진이 21명이다. 또 가장 문제가 되는 현대사의 서술을 강화하기 위해 역사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헌법 등 인접 학문 전문가들도 집필진에 포함됐다. 당연히 집필진의 면면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집필 기간이 짧음을 고려하여 집필진을 현행 검정교과서보다 배 이상 늘렸다고 발표함으로써 신뢰성을 보장받을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선정된 집필진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점이다. 가장 중요한 집필진 선정이라는 국정화의 첫 단계에서부터 비공개로 진행함에 따라 또 하나의 논란거리를 스스로 내놓은 셈이다. 공개모집으로 뽑힌 집필진의 이름을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 이는 공모에 응모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최대한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집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처라고 하지만 집필진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 여론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방어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집필진 구성을 비공개로 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반대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더 떨어뜨리는 일이다.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의지나 진정성이 있다면 당당하게 집필진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대다수 대학의 교수, 교사들이 집필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전공자들로 집필진이 구성되었는지 알아야 새로 만들 국정 교과서의 방향성과 수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집필진이 누구인지 알 수 없고, 밀실에서 교과서가 쓰여지듯 한다면 누구나 교과서의 질과 수준에 대해 우려를 가지게 될 것이다.

집필진 구성의 면면에 따라 교과서의 수준과 질, 방향성이 결정된다. 자칫 수준 이하의 국정 교과서가 나온다면 이는 더 큰 패착이 될 것이다. 국정교과서 찬반 여부를 떠나 자기 이름을 감추게 하고 교과서를 쓰게 하는 것 자체가 당당하지 못한 일이다. 집필부터 발행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것이 당초의 약속이다. 이를 첫출발부터 지키지 못하고 비밀리에 진행되는 국정화 작업으로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중부일보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