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출입국관리소 공조 부실...범죄정보 공유시스템도 없어
불법체류자 자진 신고만 하면 범칙금 부과도 없이 출국 허용
전문가들은 수사당국과 출입국관리사무소 간의 불체자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공조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7일 오후 11시께 경기도 광주의 한 술집에서 한 남성이 다른 테이블의 손님 이모(40)씨를 사소한 시비 끝에 흉기로 찔러 살해 후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우리 경찰은 수사를 벌여 중국국적 불법체류자인 태모(41)씨를 용의자로 지목해 검거에 나섰지만 결국 붙잡는 데 실패했다. 그가 인천공항에서 중국행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도피했기 때문이다.
공항 출입국관리소는 불체자인 그에게 간단한 인적사항을 기재하는 자진출국신고절차만 받고 우리나라를 떠날 수 있도록 내보내줬다.
과연 태씨는 어떻게 출국했을까.
현재 우리나라의 수사기관과 출입국관리소는 불체자의 범죄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범죄용의자 불체자들이 해외 도피를 시도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더욱이 경찰은 내국인의 경우 공항의 협조만 받으면 즉각 출국금지를 시킬 수 있으나 외국인은 불체자에 속하더라도 검사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태씨는 검경이 이같은 절차를 밟는 동안 비행기 티켓을 끊어 유유히 달아났다.
간단한 자진출국신고절차도 문제다. 지난달 2일 여주에서 불체자 신분의 우즈베키스탄인 2명이 농장주 안모(54)씨를 살해한 뒤 암매장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은 2011년 단기방문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온 뒤 5년 가까이 불체자로 생활해왔지만 출입국관리소는 한 푼의 범칙금도 부과하지 않은 채 출국을 허용했다.
이는 법무부가 불체자 감소정책의 일환으로 국내 불체자들에게 불법체류기간에 따라 최대 100만원까지 부과하던 범칙금을 면제해주는 대신 불체자 자진신고만 받은 뒤 출국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사당국과 출입국관리소간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경찰 측은 “출입국관리소가 자진신고하는 불체자에 대해 이유를 캐고 범죄행위 여부를 확인만 해도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될 텐데 이를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며 법무부 측은 “초동수사 당시 경찰이 범인을 신속히 검거하면 문제될 일이 아니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외국인·출입국사건 전문 최정규 변호사는 “수사기관과 출입국관리소가 불체자의 범죄정보를 체계적으로 공유하지 않으면 이같은 허점을 노린 범죄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종대·조철오기자/pjd30@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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