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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배설물이다. 기어코 어제는 교제를 거절한 여성의 집 출입구에 인분을 묻힌 3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맹수나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이 영역표시를 하느라 배설물을 여기저기 묻는 얘기는 들었어도 사람들이 이제 앙심을 품고 이런 짓을 하는 뉴스까지 나오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인분과 관계된 얘기들은 많다. 가장 가깝게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 폭발사건과 관련해 부지기수다. 일본 요코하마 한국총영사관에 인분이 담긴 상자가 투척된 사건이 발생했고 경기도내 한 대학에서는 소위 인분교수의 파렴치한 행동에 징역 12년이 선고되는 일도 있었다.

재판부는 정신적인 살인이라고 강조하면서 대법원 양형 최고 기준을 넘는 12년을 선고했다. 자신이 고용한 제자가 일을 잘 못 하고 비호감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제자들을 시켜 마구 때리게 하고 본인이 직접 폭행한 것도 모자라 인분까지 먹인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교수 52살 장 모 씨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된 일이다. 검찰이 내린 10년은 물론 대법원의 양형 기준에 따른 최고형인 10년 4개월보다 높은 중형이다. 육체적 가혹 행위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무참히 훼손하고, 인격을 말살하는 정신적 살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강조했다.

교재를 거절한 여성의 집 출입구에 인분을 묻힌 경우도 사실상 인격을 말살하는 정신적 고통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일반 주택도 아니고 여성의 아파트에 찾아가 출입문 앞에서 대변을 본 뒤 신고 있던 양말을 이용해 인분을 문에 묻히는 인분 테러에 얼마나 그 여성이 망연자실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정작 인분테러로 상대에게 모욕을 준 사람에게 적용된 협의는 재물손괴였다. 검찰은 ‘인분 테러’로 출입문을 쓰지 못하게 된 점 등을 감안해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대개의 이러한 인분테러는 보여지는 흉악스러움과 함께 정신적인 무형의 것이 더 크다. 그러니까 내 더러운 인분을 너에게 던진다는 단순함의 극치다. 얼마 전 대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한 보수단체 회원이 인분을 투척한 것도 마찬가지다. 대구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를 시작하자마자 인분 투척 테러 사건이 벌어졌는데 알다시피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 의 단체문화였고 참가자들은 무대 공연과 퍼포먼스, 부스를 이용한 전시·체험 행사를 한 뒤 행진을 시작할 무렵 이런 테러를 당했다. 보수단체 회원이 미리 준비한 인분을 현수막에 투척한 것이다. 명백한 혐오 범죄다. 오히려 이런 무작정적인 인분테러가 저지르는 측에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것을 그들은 모를 수도 있다.

문기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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